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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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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취한날....^.^


BY 눈동자 2001-08-16

그날따라, 생전 자기집에서 음식 한번 해서 돌려본적 없던, 9호엄마가 왠일인지. 이 더운 날씨에 팥죽을 끓인다며 우리 사는 라인(복도식아파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설랑 새알을 만들고, 가뜩이나 좁은집에 선풍기 두대는 쉴새없이 돌아가며 더위를 식혀줬다.
7호집엔 애아빠가 전날 당직근무를 하고 집에 있던 터라, 그집 엄마는 애아빠,시어머니것까지 떠다 나르느라 정신없었고, 우린 두그릇씩 팥죽을 뚝딱 헤치우곤 저녁에 올 남편들것까지 여유있게 챙겨갔다.
잔치아닌 잔치로 간만에 포식(?)이였다.

여기서 얘기가 끝이라면....아쉽지요?

그동안 내가 약속해왔던 날을...오늘 밀어붙치기로 결정을 했던 것이다. 그 약속이란......
울집에서 친목을 다지며 한잔 하자는 소박한 약속...아줌마탈선의 날?

난, 아이 낮잠을 실컷재운뒤, 오후4시부터 음식재료를 준비해설랑 볶아데고, 지져되기 시작했다. 색다른 안주도 아니다. 부추오징어부침과 순대볶음..그리구 소주2병, 맥주3병으로 간단히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아이들(합치면 9명)은 복도를 동네운동장 삼아 놀아대고, 몇몇 기집애들은 화장실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오늘 첨 우리와 어울리는 1호아줌마도 합세해서 그야말로 분위기를 끝내주었다....내가 만든 순대볶음은 눈깜짝할 사이에 없어졌고 그 많던 부침 반죽은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1호집엄마..
"울집에 오징어냉동실에 있어! 소주도 있고..."하며 가져와 오징어데쳐서 안주가 생겼다. 그렇게 하여 계속 집집마다 냉장고에 숨겨둔 술과 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원래 의도는 이런게 아니였지만..어쨋든 분위기가 넘 좋았다.
취기가 도는 아줌씨들은 앉아 얘기를 했고, 정신 말짱한 아줌씨들은 설겆이에, 아이들 챙기기에...뒷정이 하느라 정신없었다.
맞벌이하는 8호집 언니가 퇴근하다 울집을 들였다가 발목이 잡혀서리 한턱 쏜다며 족발을 시켜주고.....
암튼......그날 저녁은 아줌마들의 날이였다.

그 다음날 난 속이 뒤집어져서 거의 죽을뻔했지만, 다들. 넘 즐거웠다는 뒷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아! 또 11호언니가. 그전에 알던 내모습이 아니라며 다시봤다고 했다. 그전엔 왠지모를 차가움과 도도해보이기도 하고해서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참...잘 논다며.....
좋다고 칭찬아닌 칭찬을 받기도 했다.
또 이번 계기로 남편들까지 친해졌다. 그주 일요일날 모두들 같이 공원에 놀러갔다와설랑,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며 11호언니가 이번엔 주동이되어, 남자들의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장소는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직업도 다양하고, 나이도 제각기 다 틀리지만 금새 친해졌다.

그이후로, 울집도 매일 문을 열어 놓고 산다.
누가 보든 말든. 다 친척같은(?) 이웃이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게 이웃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재미나게 사는 이웃있음 나와보랑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