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0

이불펴는 일에 대하여


BY 옥수수 2000-07-12

먼저 처음 쓰는 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과연 이런것을 써도 되는 곳인가 에세이 쓰는 방에 미안하기마저 합니다.
용기를 내어 내 생활의 한 부분을 써 보려 합니다.

난 남편과 밤마다 싸움을 한다.

그것은 누가 이불을 펼것인가 하는것이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난 왠지 그것만은 남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낳기전에는 침대를 썼기 때문에 싸울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개구장이 아들놈들 때문에 침대는 상상

할수 없는 것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침대는 시댁으로 보내졌고, 지금은 시어머니가 쓰고

계신다.

난 사실 시댁에 갔을때 시어머니가 내 침대를 쓰시는것이 보기

가 싫다.

사람에게는 모든것에 애정이라는 것이 있기마련이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한 물건이라 해도 나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물건인 것을 .....

시어머니는 너무도 당당하게 나의 침대를 쓰고 계셨고, 침대카바

는 왜 안 가져왔냐고 하셨다.

언니들은 어차피 나중에도 못 쓸 물건이니 나중에 새로 살 생각

하고 기분좋게 침대카바도 다 드리라고 한다.

내가 온전히 그 침대를 포기하고 침대카바마저 드려야 한다는 생

각은 나도 들지만 나의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에 지금은 나

에게 없는 침대에 대해서 포기를 못하고 있다.

침대는 나에게 없으니 이제 다시 이불 펴는 문제로 가보자.

나의 침대를 시어머니가 쓰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간직한채

난 남편에게 당부를 했었다.

다른일은 뭐하라고 시키지도 않을테니 앞으로 이불펴는 것은 당

신이 할일이라고...

물론 남편도 동의를 했었고 며칠동안 순조롭게 넘어갔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지 남편은 그것마저도 귀찮아했고,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 맨바닥이 좋다며 그냥 자려고 했다.

하지만 난 한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자는 타입이라 이불을 펴

지 않는 것은 나와 싸울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어버렸다.

기분좋게 맥주를 한잔한후에도 우리는 이불때문에 인상을 쓰기

일쑤였고, 난 이불을 펴지않는 것이 무슨 하늘과 한 약속이라도

되는듯이 결코 지는 법이 없었다.

어제도 우리는 맨바닥에서 등을 돌린채 잠을 잤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남편을 출근시켰었다.

이제 또 잘 시간이 돌아온다.

오늘 과연 우리는 싸우지 않고 이불을 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