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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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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여배우의 눈물처럼..


BY hori9725 2000-12-13

어릴적 부터 소문난 커플이었습니다.
남자의 친구들은 남자가 아깝다고 했고, 여자의 친구들은 여자가 아깝다고 했습니다.
30이 되기전에는 아니 작년 까지만 해도 저는 어딜 가도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대우 받았고, 아이셋을 낳았어도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믿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이상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흔들고 돌아다닌답니다.
어느 여배우의 회한처럼..
주인공에서 조연, 아니면 엑스트라역할을 맡았다고나 할까요? 3류 막걸리집 작부역할을 신명나게 하는 여배우의 추한 몸짓을 내가 하고 있었거든요. 비록 겉은 요조숙녀마냥 교양스럽게 백화점문화센타에서 한지공예를 하며 그럴싸한 작품아닌 작품에 감탄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온갖 추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남편은 아주 매너있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아주 친절한 사람입니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을 좋아하며, 특히 착한 사람을 아주 좋아하며, 불쌍한 사람을 보면 자주 눈물을 흘립니다.
저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굉장히 사무적이며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매우 가립니다.
저는 아이들 옷사는 것을 좋아하며, 늘 수험생처럼 무언가에 열중하지 않으면 불안하여 악몽을 꿉니다. 혼자만 답안지 작성을 못하여 절절매는 수험생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늘 무슨일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살고 있답니다. 아이셋을 키워도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저는 명분없이 구걸하거나 미련할 정도로 착한 사람을 싫어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은 이유없이 싫어지는(그것이 사람이든, 삶의 방식이든)것입니다.

남편이 존경하던 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고급승용차에 매너는 남편을 능가했구요. 랍스타요리를 잘 사주었구요, 이혼하신 분이어서 늘 혼자다녔답니다. 그러면서도 꼭 우리 가족에게 많은 선물과 고급음식점에 다니면서 접대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 했답니다. 횟수가 잦아지자 미안하기도 하여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답니다.
어느날 이었습니다.
스믈도 되지 않은 여자를 동석하며 동생이라며 함께 나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너무 놀랐지만 그들의 생활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고 모른척 하려고 했지만 가슴속에서 어른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눈앞에서 원조교제의 모습을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율 배반적인 행동인가하면서 말입니다. 서서히 그들과 만남을 회피했지만 남편은 나없이도 그들과 함께 식사하는 일이 몇번인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임신중이었고 남편을 이유없이 의심하게 되었지요. 그 선배는 그 여자애를 남편옆자리에 앉히기를 좋아했고, 승용차를 타도 남편이 운전하면 그 조수석에 그 여자애를 앉게 했고 마치 나와 그 선배가 부부 같고, 남편은 그 여자애와 연인사이 같았답니다. 마음속에 온갖 추잡한 상상이 떠올라 임신중에도 몇 번인가를 술을 마셔야 그 생각을 떨굴 수 있었답니다. 남편은 이런 나를 오히려 나무랬고 그 여자애가 얼마나 순수한 애인데 그 불쌍한 애를 오해한다며 저의 팍팍한 말들을 견디지 못해했답니다.
그 여자애가 선배와 동거를 하며 한 아파트 단지여서 부딪치는 일이 많았고 그 여자애는 제 남편에게 오빠라 부르며 철없이 마치 아내처럼 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마음고생을 하다가 우린 부부싸움을 했고, 전 젊은 여자애가 불우한 환경을 이유로 술집에서 술따를 수 밖에 없는 사연아닌 사연을 들으며 비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세상에 모든 불우한 환경의 여식들은 모두 술집에서 술팔고 몸팔다 못해 원조교제하며 늙은 남자에게서 돈타써야 하는 것인가?..
그선배와 그 여자애가 슬픈사랑을 한다며 측은해 하는 남편의 모습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이상한 동물입니다.어떻게 그런여자애가 순수해보이는지..
그런여자애라고 표현하는 내가 부끄럽고 행여 훗날 내가 그런애를 며느리삼을까 무섭습니다.
여하튼 몇개월을 순수한애를 괸스리 오해하고 편견갖고 대한다고하며 두둔하는 남편의 착함이 얼마나 나를 괴롭고 추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꼭지가 돌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들도 우리가 이사한지 한달만에 그들은 이별을 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성격차이라고 하지만 내 남편이 없이 아버지가 같은 사람과 단둘이 매일 살려보니 재미가 없었겠죠. 내 남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들과 식사하는 횟수도 줄이고, 여행가는 일도, 초대하는 일도 없애고 급기야 이사까지 했으니까요. 남편은 시간이 흐른뒤 그녀의 사고방식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선배가 사랑하는 여자애라서 대우를 해줄수 밖에 없었노라고 말합니다..몇개월간 남편의 아내는 뱃속의 아기와 술을 먹는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남편과 저는 예전의 사랑을 되찾아 괌여행도 다녀오고 주말에는 개봉하는 영화마다 다 관람하고 데이트도 하며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아직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도 한눈을 팔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다른 여자애를 순수하고 불쌍하다고만 했을 뿐입니다.
몇일전 후배의 애인이 고민거리가 있다면서 남편을 또 찾은 모양입니다. 그 앤 후배와 결별한뒤 외로움에 시달리며 가끔씩 남편에게 상담을 요청한답니다. 내가 잘 아는 여자애지만 그 애가 또 미워 지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남편과 함께 차타고 조수석에서 내리지도 않고 나를 뒷자석에 앉게 만들더군요. 요즘애들은 왜 이?품?눈치가 없을까요. 아니면 아내로서 당치도 않는 질투를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느새 삼십의 중반에 걸터앉아서 추한 몰골로 거울을 봅니다. 피부과에서 안빼도 될 점을 몇개 뽑았거든요? 마마호환보다도 더 무서운 몰골로 거울을 보려니 눈물이 주루룩 흘르더군요. 뭐가 그리 자신 없어서 그 짓까지 하는 건가! 그 어느 늙은 여배우의 심정을 요즘 절실히 느낍니다. 콧대가 높아서 하늘을 찌르던 그 반대의 심정을 말입니다.
......모든 여성들이 저와 비슷한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꾸욱 참고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