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에(3)-사이다...
참 촌스럽게도
난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6학년때인가 처음으로 사이다를 먹어봤다.
그 때 아마도 운동회였던것 같다.
용돈이 생겼었나보다.
그래서 사이다를 사서 처음 들이켰는데
방울방울 뭐가 퐁퐁 튀기기도 하고
목구멍으로 들어가면서
싸아하게 넘어가는 것이
괜스레 겁이 났다.
마치 술을 처음 마실때의 그런 기분이었던것 같다.
사이다에 취하는 느낌이었다.
챙피하지만 겁이 났다.
그래서 그 사이다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했던것 같다.
그 뒤로 사이다를 먹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겁이나서 말이다.
지금도 사이다를 보면 그 때의
그 촌스러웠던 나를 떠올린다.
어렸을 땐 별로 군것질을 하지 않고 자랐던것 같다.
그 땐 구멍가게에서 문구점까지 같이 했었는데
문구류를 사면서 1,2원 남으면 그것으로
쫀드기 같은거나 사 먹었지 크게 군것질을 해 본
기억이 없는것 같다.
용돈이 워낙 궁했고, 동생들이 줄줄이 있으니
혼자서 뭘 사먹는다는걸 생각도 못해봤다.
군것질 하겠다고 돈을 달란다고
주실 부모님도 아니셨고,
집에 먹을것이 널널한데 뭣하러 돈주고
사먹느냐는 소리만 들을께 뻔하니
아예 따로 돈달란 소린 못하고 자랐었다.
오죽하면 우유맛도 모르고 살았을까.
6학년때인가 군에 있는 학교로 무슨
표창장을 받으러 갔던것 같다.
담임 선생님과 첫차를 타고 읍내에 도착해서
시간이 남았었는지,
추운 겨울이었는데 선생님과 다방이란델
처음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선생님이 "커피..." 하고 시키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과 나는 따로 앉았다.
난 난로옆에 앉았고, 선생님은 다방레지와 함께
앉아서 노닥거리셨다.
내 앞에 놓인 잔을 보고 난 그것이
커피인줄만 알았다.
선생님이 "커피..." 하고 시킨것만 들었으니...
그런데 내가 어린아이니 말 안해도 우유를
갖다줬던걸 그 땐 짐작 못하고,
처음 먹어보는 것이니 그것이 커피인줄만 알았던것이다.
선생님과 함께 앉아서 선생님 잔의 것과
내 잔의 것을 비교만 할 수 있었어도
그것이 커피가 아니란 것쯤은 그 때
알았을텐데 말이다.
중학교때쯤 우유를 처음 먹어보고
아하 그 때 먹어본 것이 커피가 아니고 우유였구나하고
깨닫고는 나의 무지함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가끔 커피를 마실때면,
또는 우유를 마실때면 그 때의 기억에
혼자 피싯 웃고 만다.
서울과 그리 멀지도 않은 시골생활이었는데도
난 무척이나 동떨어진 곳에서 산 것 같다.
지금도 내 얘길 듣는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무척이나 내 나이보다 더 먹었을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비록 궁핍하고 부족한 것이 많은
시골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어려서 시골에서 자란 추억이
내겐 참 소중하고 부끄럼없다.
옛날과는 많이 다르지만
내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시골간다아~~"하고 찾아갈 시골도
있고, 내 아이들에게 또다른 추억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난 시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