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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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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곱던 내 목소리는?


BY 바늘 2003-02-27

오전 9시 10분까지 출근하여 팀별 공지를 듣고 간단히 차한잔 마시고 30분 부터 콜을 하는데 최근에 전산 시스템이 바뀌어 한통화를 끝내고 나면 자동으로 무응답을 걸러내고 통화자와 연결이 되는데 이 시스템이 시작되고 하루 하루 근무날이 지나갈수록 상담원들은 골병이 들어간다.

화장실 가는 시간 잠시 제외하고 어찌나 쉴사이 없이 통화 연결이 되는지 이제 지난날 흔하게 듣던 목소리 곱다던 칭송은 어디가고 허스키 목소리가 가아끔 툭툭 삐져나와 고달픈 나를 비참(?)하게 한다.

목도 아프고 헤드셋을 끼고 종일 일을 하니 귀에서 진물도 흐르고 책상 서랍에는 언제나 면봉이 필수다.

그래 세상에 힘들지 않고 어찌 거저 돈버나?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지만 한달 두달 지나갈수록 지쳐가는 나를 어쩌지 못하고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오자 마자 주방에 쌓인 설거지를 보고 어찌나 울화가 치밀던지 그릇을 꽝꽝 내던지듯 하면서 겨우 설거지를 다하고 저녁을 지었는데

휴~~~~~~~~~

어쩜 이리 힘이 들까?

한참을 우당탕 쿵탕거리고 일을 하는데 놀란 아들아이 딸아이는 숨만 죽이고 가만히...

에구구 자식이 뭔죄야?

참자 참아~~

간만에 생선 두어마리 굽고 양념 불고기 자박하게 국물있게 만들어 도토리 묵과 함께 그런대로 푸짐한 저녁상을 차렸다.

먹자 애들아~~~

많이 먹어라~~

시간이 어서 지나갔으면...

빨리 늙어버렸으면 싶었다 빨리~~~

ps---> 짧은 점심시간에 나이 들어 시작한 직장생활 힘내라 밥사주러 왔던 친구가 생일 선물로 받았다는 칠십만원 넘는 구두 한켤레가 나를 주눅들게 했을까?

아니면 급한 점심 한술뜨고 일하러 사무실로 들어가는 나를 뒤로하고 자유롭게 가는 결코 메인몸이 아닌 친구들의 모습이 부러움으로 다가왔을까?

그냥 그냥 오늘 하루가 회색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