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긴 약속에 머리를 빗는 둥 마는 둥
다섯손가락으로 쓸어 올리고 후다닥~~
엄마는 나가는게 그리 좋은가 싶은지
두 딸랑구 앉아서 하늘보듯 엄마를 올려다본다.
근 두달을 지네들 얼굴과 종일 마주 보고 살았으니
엄마도 누가 좀 보자고 하면 즐겁고 신나고
그래서 나도 콧바람 쐬고 그러는거 아니겠어?
-즐겨운(즐겁고 지겨운) 겨울 방학 이번 주면 끝이지?-
시장 한쪽을 지나가는데 밖에서 보니 빈 집 같기도 해서
저 집은 장사 안하는 집인가 했더니
친구 왈..
나보고 TV도 안 보냐고 한다.
저 집이 유명한 감자탕 집인데
저녁이면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나는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지 줄은 못 선다고 했네.
그렇다면 한번 먹어볼텨?
사실은 고기국물은 어릴때 데여서 잘 안먹는다.
삼겹살 먹기 시작한지도 몇 년 안되었는데
육개장이나 설렁탕 같이 국물 흥건한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한다.
대신 비린내 나는 생선은 또 잘 먹는다.
비닐 천막을 걷어 들고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탁위에 가스불 댕기는 것이 있었는데
감자탕국물이 넘쳤는지 지저분하였다.
어떤 걸로 시킬까 하고 묻길래
네명이니까 大자는 해야지..? 했더니
여기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단다.
그러고 보니 벽엔 온통 낙서로 지저분 하였는데
누군가 다녀간 방명록인가 하고 자세히 읽어보니
허허..주인님이 쓰신 희한한 메뉴 가격표가 적혀있다.
좋~~타 : 5.000원
최고다 : 7.000원
무진장 :10.000원
혹시나 :15.000원
얼마나 재밌고 재치있어 보이는지 나혼자 킥~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잊어버릴까봐 수첩에 적어왔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먹었느냐면
무진장에 밥 두공기 비벼 먹었습니다.
정말 배가 무진장 부릅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