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소리,
폭풍주의보가 내린 날 아침이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꿀떡 할아버지가 문을 연다.
시장가자고 매달려 조르던 아이는 내일가자는 말에 두 눈 가득
실망이 고인다.
남편의 선배로, '2002'라는 낚시배를 하는 꿀떡할아버지는 남편의
선배다.
아버지뻘인, 예순이 다 되가는 그를 남편은 꼭 '형'이라
부르고, 아이들은 '꿀떡할아버지'라 부른다.
집에서 떡방앗간을 하는 까닭에 올 때마다,
손에 분홍색,흰색,쑥떡까지 갓 해낸 따뜻한 꿀떡이 든 떡봉지를 ]
갖고와 펼쳐 놓는다. 아마도 누군가 해 놓으라 맡긴 떡을 한줌
집어 오는 것 같다.
동글동글한 꿀떡을 입안에 넣으면 속에 든 단물이 툭 터진다.
때론 아이들 떡볶이해주라고,때론 떡국 끓여주라고 일부러
우리 몫의 떡을 해서 종이 상자에 가득 들고 오기도 한다.
시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고,
15년전 친정 아버지도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가는 이웃의 아이들을 보면, 할아버지 사랑을
모르는 내 아이들이 늘 안스러웠다.
꿀떡 할아버지는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에게도 안그러면서, 할아버지에겐 거리낌없이
달려가 조르고, 업히고,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 장난감을
사들고 오기도 한다.
여섯살짜리 아들은 뭔가 갖고 싶은게 생기면,
왜 꿀떡할아버지가 안 오냐며 문밖만 쳐다본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안다.
꿀떡할아버지도 아이들을 아끼고,
아이들도 할아버지를 너무나 좋아하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엄마에게 혼날 때, 아이들은 할아버지 뒤로 숨는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배경이 된다.
엄마 아빠도 어쩌지 못할거라는 믿음,
할아버지 손을 잡으면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든든함을 갖게 된
아이들에게 두려움도 없어지는 것 같다.
저녁에 오는 날엔,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꺼내와서,
맥주의 시원함과 소주의 독함을 섞어마신다.
육십년을 살아도 세상을 보는 눈이 맑은 사람이다.
마주 앉아 맥주잔을 받는 나도 아버지의 그늘처럼
든든하고 편안하다.
물이 빈 자리를 채우며 흘러가듯,
단 꿀떡같은 마음이 빈자리를 채우며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