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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에(2)-텔레비젼


BY 허브 2000-12-11

나 어릴적에(2)-텔레비젼

요즘은 집집마다 텔레비젼이
한대 이상은 있는것 같다.
우리 집은 아직까지 거실에 한대 밖에
없어서 가끔 채널전쟁이 일어나긴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땐 텔레비젼이 있는 집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집에
텔레비젼이 생겼다.
그 집의 텔레비젼은 온 동네사람의 텔레비젼이었다.
저녁밥을 먹기 바쁘게 그 집으로 달려가기가
일쑤였다.

그 땐 [전우]라는 드라마가 인기였다.
매일 동네사람들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텔레비젼을 보며 한숨을 토하고, 웃고,울고 그랬다.
한 동안 그 집이 온동네의 시청각교실이었다.

그러다가 또 한 집이 텔레비젼을 사게 되었다.
다들 또 그 집으로 몰려가게 되었다.
두 집으로 갈려서 인파가 반으로 줄어서 좀 나았다.
그런데 그 집엔 아주 무서운 큰 개가 있었다.
그런데도 얼마나 텔레비젼이 보고 싶었으면
그 무서움을 참고 그 집을 찾아가는 용기를
가지게 만들었다.

겨울에 그 집에선 공짜가 어디 있느냐며
방안에 가득 멍석을 펴 놓고는 무꼬랭지인지
배추꼬랭지인지를 한다발 부려놓고 그것을
다듬으며 보라고 했다.
TV속에 빠져서 손이 느려지기라도 하면
빨리 다듬으라고 야단이셨다.
그래도 미워서 그러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다 알고 있었다.
우리들이 미안해 할까봐 일거리도 그렇게 주어가며
때론 찐고구마며 군것질거리까지 내어 놓으며
TV를 보게했다.

그러다가 우리 집에도 텔레비젼을 사게 되었다.
그런데 객들에 치여서 쥔장인 난 뒷전에서
뒷통수만 보아야했다.
그래도 첨이니까 봐주자 맘 먹고 꾹 참고 견뎠었다.
그런데 막상 우리 집에 TV를 놓고 보니
여간 피곤한게 아니었다.
저녁상 물리기 바쁘게 몰려오는 시청객들 때문에
안방을 내주어야 했고,
어느 땐 그만 가서 자라자라 해도
돌아가지 않는 골수 시청자들 때문에
졸려도 잠도 못자고 기다리기가 일쑤였다.
그 때서야 내가 얼마나 그 전에 다른 집에 가서
폐를 끼쳤었는지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봤던 프로중에 기억에 남는것은
[별당아씨]이다.
그 프로는 할아버지 생전에 무척 즐겨보셨던
프로였다.
사랑방에 계시다가도
"할아버지 별당하씨 해요" 하고
할아버지를 부르면 얼른 건너오셔서
아주 재미있게 보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흑백TV를 보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흑백필름처름 내 머릿속에서 스쳐간다.

지금은 거의 텔레비젼의 포로가 된 것 같아서
걱정스럽게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요즘은 될 수 있으면
TV 보는 시간을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또 컴퓨터 때문에 따로따로가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족간의 대화 시간을
더 늘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 컴퓨터 하는 시간도
각자 하루에 한시간씩 정해 주고,
저녁 식사 후엔 잠깐이라도 온 가족이 앉아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