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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1

엄마


BY 선주 2001-08-03

난 누군가 가끔 우리엄마 나이를 물어보면 한동안 셈을 해야 한다. 
 어렸을때도 엄마가 마흔이 되는 게 싫어서 서른아홉까지만 세곤 그 다음엔 
엄마나이를 세지 않았다. 
 내 어린날의 기억속에 우리엄마는 참 예뻤다.   한국의 미인상이라고... 
학교에라도 오는날엔 아이들이 모두 우리엄마보고 예쁘다고 한마디씩 했었다. 
 그렇게 예쁜 엄마모습 뒤에도 다른 엄마들처럼 그 시대의 삶이 있었다. 
 그때 난, 
엄마는 구멍난 양말을 기워 신고, 
찬밥을 김치한접시에 물에말아 후딱 드시고, 또 일터에 나가시고, 
한겨울 냇가에 나가 얼음물 깨며 벌것게 부어오른 손으로 빨래를 하고, 
"엄만 먹기 싫어....엄만 그런것 않좋아해...엄만 지금 배불러..."이런 말만 하고, 
종아리에 핏줄이 툭툭 불거져 나오고, 
술 취해 들어온 아버지가 맨날 주정을 해도 다 받아주고, 
나의 속옷까지도 시집가기전 까지도 빨아주고, 
발톱이 두꺼워져 손톱깍이 입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도.... 
난 생각없이 당연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남에게 다른집 아이의 엄마처럼 할머니 같은 엄만 싫다고 
엄만 나이 먹지 말라고 할 줄만 알았지, 엄마의 삶은 다 그런줄 알았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오남매 엄마 혼자 키우며 재산이라곤 우리 머릿 
속에 넣어주는 거라며 새벽까지 일을 하시고도 아침이면, 여지없이 
우리들을 깨우시는 엄마...엄마는 다 그런줄 알았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난, 
도저히 우리엄마처럼은 자신이 없다. 
엄마처럼 살라하면...난... 
난, 정말 그렇게 할 수 없다. 
. 
. 
. 
 언제부턴가 엄마의 얼굴에 주름이 하나두개씩 늘고 흰머리가 생기고 하더니 
바늘귀도 못끼어 매일 나보고 끼워 달라고하고, 손도 가끔씩 떠는 것도 같다.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때 나의 가정교사나 다름 없었던 엄마의 실력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글자를 우리 아들보다도 더 못쓰시는 우리 엄마. 

 나는, 
 자가용으로 20분도 안되는 거리에 엄마가 계심에도 난 잘 들러 보는 일도 
없고, 
특별한 용건 없이는 전화하는 일도 거의 없다.... 
엄마 나이 먹는 거만 싫어했지, 엄마 나이 먹는 일에 더욱 보탬만 주었고, 
난 엄마처럼은 절대로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로 더욱 엄마 가슴에 못질만 
했다. 

 지금도 엄마는 여전히 우릴 보기만해도 흐믓해 하시고, 무얼 해줄까 
궁리궁리 끝에 시장을 봐오시고, 살 것들 중에 뭘 자꾸 빠뜨리고 사왔다며, 
슈퍼를 몇번이고 오르락 내리락 하신다.   이젠 좀 철이 들었다고 내가 갔다 
온다고 하면 손을 내저으며 궂이 엄마가 갔다와야 한단다. 

엄마.... 
이젠좀 쉬셔도 될텐데... 
자식들 신세 지기 싫다며 아직도 소일거리가 들어오면, 거절 하지 않으신다.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라도 한통 드려야 겠다. 
내일 엄마보러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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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참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글쓴이 님들을 보니..아는 이름도 있는 것 같고...
새로운 님들도 많이 보입니다.
반갑구요...
앞으로 자주 뵙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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