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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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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어미의 글


BY 어수리 2003-02-06

언제부턴가 글 쓰는게 편치가 않다.
마치 방학숙제로 제출해야 될 일기가 밀려
밤을 새워 며칠치를 지어내어 쓰는 기분이 든다.
억지스러운 기분이 든다는 거다.

아마도 몇편의 글을 라디오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썼던 때부터인듯 싶다.
그래서 한두편의 글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으며,
자그만 선물따위도 받았었는데,
그 재미에 빠져 그뒤로 펜을 잡기만하면
마치 방송원고를 쓰는 작가같은 어줍잖은 심정이 되곤 했는데,
그게 문제였던가 보다.

결코 글을 가지고 노는게 아니었다.
용도에 맞게 글을 만들어 내기에 급급했던게지
가슴속에서 우러나
손끝으로 저절로 내뱉어지는 글을 만들지 못했다는 게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더는 내글을 비참하게 하지는 말아야겠다.

글 한편 한편이 나라는 창작자의 손에서 빚어진
생명을 가진 피조물이라면,
그래서 내 아들과 딸과도 같은 것이라면,
내 품을 떠나 방송국에서 주는 선물을 얻기 위해,
알량한 공명심을 얻기 위해,
공중전파를 타고 부유하고 있는 그 몇편의 글들은
마치 공양미 삼백석때문에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마는 심청이와도 같을 것이다.

어쨌든 이 에미의 마음을 극진히 받들어
제 몸을 공중에 내 던지고
얼마의 상품권을 에미 품에 안겨 주었으니
참으로 효성스럽기는 하지만,
문제는 인당수에 빠지는 걸 알면서도
삼백석의 공양미에 멀쩡한 눈이 멀고만
이 어리석고 무자비한 에미의 처세다.
뒤늦게 지난 과오를 뉘우치는 에미의 각성에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부디 환생하여 어둔 에미의 눈을 환히 뜨게 해주길 바래보는데.....

아직도 나의 눈은 어둡다.
어둡기만 하다.
글을 대함에 있어 깊은 사유가 부족하고
절절함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리 주저리 또 이리 읊어대고 마는 주책.

글이라는 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공명심과 물질 앞에서 오늘도 흔들리는
어수리야, 정신 차리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