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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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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열기 속에서


BY 동해바다 2003-02-05


오색찬연한 도심지...서울...
그 속에선 건물 자체가 네온사인이듯 온 몸으로 자신들을 알리고 있었다...

밤이 이슥하다...
깊은밤 탈 것에 축 처진 몸을 의지한 채 서울까지 너르게 뚫린 길 위를
이틀 밤사이 다녀 왔다...

버스 안에서 뿜어대는 더운 열기로 지친 삭신이 짜증이 나려 한다..

이렇게 육신이 지친 날은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 누구나 마찬가지일것이다..
제 집처럼 편안한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호화호텔은 아니더라도 조용한 별장같은 곳에서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후한 대접 받아가며 잠시라도 지내고픈 생각이 들곤 한다.... 

물기어린 차가운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니 그 차가움에 정신이 번쩍 난다...

밤을 빛내고 있는 표지들에게로 시선이 멈춘다.
중소도시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빛간판들은 호텔과 모텔 그리고 장급 여관들이다.

저 안에....넓디넓은 공간속에 사람들이 얼마만큼 있을까...
다들 어떤 연유로 들어간 사람들일까....
또 그 속에서 무엇들을 할까...
단지 편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 들어간 투숙객들이 얼마나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재미난 머릿속의 그림들...  
 
일부 승객들을 떨구려 머물렀던 자그마한 터미널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숙박업소들이 유난히 눈에 뜨이는 어둠 속이다...
새벽 두 시를 알리고 있다...

옛날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지친 몸을 거두기 위해 머물렀던 주막, 
여인숙들이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변모되어 현요한 옷을 두르며 
투숙객들을 부르고 있는지...

아니....
모습이 변한것은 아닐것이다....알맹이가 잘못 되었겠지....
세월의 흐름 탓이겠거니 생각한다...

지난 늦여름 남편과 큰 싸움을 하고 집을 나온 적이 있다..
큰소리는 뻥 쳐놓고 나왔으나 막상 갈 곳이 이리도 없을 줄이야...

두려움 반..아까움 반..모험 반해서 투숙했던 바닷가의 모텔...
만원권 네 장을 창구에 들이 밀면서 눈치는 왜 봤던지 ...

숙박비를 아끼려 찜질방을 찾는다지만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찾았던 모텔...
객실 문만 닫으면 자동적으로 잠기는 것도 알았고...
밤사이 눈요기 감으로 보여 주는 비디오가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열어젖힌 바깥풍경에...
자신이 싸우고 나온 사람임을 잊은 듯....
붉은 해오름에 넋을 잃고 서 있었던 나....

하지만 그곳을 빠져 나올때에 느끼는 낯 부끄러움....
사회통념상 보여지는 이미지로 인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나오면서 좁은 도시에서 혹여 말이 될까 싶어 생겼던 불안했던 마음은 어쩔수 없었다...
 
이상한 시선들이 걸리적 거리는 장애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요즘 일부 도시에 러브호텔이라 하여 호황에 호황을 거듭한다고 한다.
대낮에는 방이 없을정도로....낯부끄러운 일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러브호텔....
멋들어지게 지어져 마법의 궁전으로만 보이는 그곳에...
드나드는 남녀가 왕자와 공주로 보인다니....

불륜의 나이든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자리에서 물러난 왕과 왕비로 보여질까....ㅎㅎㅎ

'나도 커서 저곳에 가고 싶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만이 아닌...
경종을 울리는 말로 새겨 들어야 할것만 같다...


타지에서 정말 피곤해 잠시 한두시간 눈이라도 붙이고저 하는 사람들에게
삐뚜러진 시선이 아닌 제대로 된 눈으로 보여지는 사회가 올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