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신문란의 오늘의 운세는 절대 보지 않던 제가
요즘은 가끔 그곳으로 흘낏 눈길이 옮겨지곤 한답니다.
어제 그곳을 보니... 재물운이 너무 좋아 돈이 넘쳐나게 된다나요.
혹여 터무니없는 헛소리라 해도 기분은 좋은게 사람마음...
미소가 자연스레 지어지며 괜시리 부자가 된 맘이었죠.
오늘 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금 15만원을 허공으로
날려보냈습니다. 상황인즉, 며칠 있으면 닥칠 명절준비로
친정어머니랑 함께 아기를 데리고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죠 아기는 안고 있죠 해서 편히
가자는 맘에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집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백원이 모자르는 것이었습니다.
친정어머니 가방에서 다시 지갑을 꺼내어 동전을 찾아 내는데
기사아저씨가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하는 거였습니다.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맘 굴뚝같았지만 좋은게 좋은 거다 싶어
가방과 짐과 우산을 챙겨 황급히 차에서 내렸습니다. 아파트
계단 위로 걸음을 옮기는데 순간 아차 싶어 손을 보니 친정어머니
핸드백을 그만 차에 놓고 내린 것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뛰어 나와
찾아봐도 택시는 온데간데 없고 핸드백안에 있을 어머니핸드폰으로
아무리 전화를 해도 감감 무소식... 정말 입이 바짝바짝 말랐습니다.
조금 후에 신랑이 도착하여 혹시나 하는 맘에 함께 집주변을
다시 돌아보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머니 핸드백이 깜깜한
화단 옆에 내동댕이쳐져 있고 그 안을 보니 꼬깃꼬깃 접어 넣어
두셨던 현금 15만원만 달랑 빼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설마 하며... 기사아저씨가 부디 핸드폰을 받아주기를
빌면서 아저씨가 도로 가져다주시면 요금이랑 저녁식사값에
고맙다는 인사라도 건네야지 하며 수십통의 전화를 했었는데...
그렇게 길가에 가방이 나뒹굴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물론 전적으로 물건을 제대로 간수못한 제탓이지만 그 아저씨가
너무너무 밉습니다. 불과 3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허둥지둥 뛰어
다니고 전화기를 눌러댄 생각을 하니 너무 약이오르고 어머니께
죄송했습니다. 싫다시는 걸 억지로 주머니에 돈을 넣어드리고
돌아오는데 한숨만 푹푹 나왔습니다. 지난번 언니가 약이라도
해먹으라며 보내 주었던 용돈이 한순간의 실수로 날아가버렸습니다.
돈이 넘쳐나기는 커녕... 역시 오늘의 운세따위는 맞지 않습니다.
크리스챤이 되어가지고 운세 운운하다니요. 제가 요즘 왜 이럴까요.
잃어버린 돈도 아깝지만 사실은 요즘 제 맘이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그렇게 위태롭다는 걸 스스로 느끼겠습니다.
예전에 저는 그랬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수록 더 성당에 열심히
나가려고 했었고 잠깐씩이라도 기도하며 제 맘을 다잡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저를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이라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벅차게 느껴져 제 자신이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성타미사를 끝으로 새해들어 성당에는 한번도
가질 못했습니다. 핑계를 들자치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제 맘이
자꾸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맘이 불안해지고 자꾸 다른 것에 의지하려고만 하고
새해들어 연거푸 일어나는 안좋은 일들이 저를 더 가라앉게만
합니다. 남편 말처럼 제가 한 실수이니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하고
잊어버리려고 하는데도 맘과 뜻대로 되질 않습니다. 저녁에 있었던
그 일로 맘도 많이 상하고 잠도 잘 오질 않습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어처구니 없이 돈을 잃어버리다니요... 저한테는 큰 돈인데...
오늘 일로 인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바뀐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작은 반성과 계획도 없이 넋이
나간듯 지내오던 제게 오늘 일은 정말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올한해 "똑"소리 나게끔 살아야 되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음주 부터는 성당도 열심히 나가구요. 또 하나, 오늘의
운세 같은 거, 절대 보지도 믿지도 않을 겁니다.
에세이방에 들어오시는 선배님들도 올한해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지갑조심, 돈조심 하시구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