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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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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9


BY 후리지아 2001-07-26

홀로남아 밤을 지키시던 제 어머니를 생각하는 저녁입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면 홀가분해 질 것이라 생각했던 날이
있었지요, 한가한 시간을 오롯이 저만을 위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가 얼마되지 않았던것 같은데...
혼자 지켜야 하는 저녁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이렇게 홀로 지켜지는 밤들이구나 했습니다.
아직은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나이는 아닌것 같은데...

큰녀석은 교회에서 초등부 수련회에 교사로 참석했고
작은녀석은 독서실에서 돌아오려면 2~3시간은 기다려야 겠군요.

처음엔 한 십년쯤 세월이 흘렀으면 했지요.
아이들이 자라면 제 짐이 조금은 가벼워 질것이고, 혼자
살아낸다는 것들에 익숙해 질테니까요.
오년이 지났군요, 10년만 빨리 흘렀으면 생각했던 것들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세월은 빨리 흐르거든요.
아마도, 아이들이 제겐 커다란 부담이였던 모양입니다.
제게 커다란 행복과 기쁨을 안겨주는 아이들인데...

딸아이가 둘인 전 자라서 결혼을 시키고 난뒤 어떻하나
가끔 걱정을 합니다.
자식이란 어미의 가슴에서 자라고 기쁨을 주고 행복하게 한뒤
나이가 차면서 어미의 가슴에 문을 만든다 하더군요.
문을열고 들락거리면서 세상의 웃음도 가져다 주고,
행복도 가져다주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짝을 데려와
어미의 가슴을 놀라게 만들고...
그 문으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저역시 생각해보니, 가슴에 열린 문으로 아이들이 나가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어미란 이런것이구나...

큰녀석은 나이가 스믈한살인데 아직은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진지해 지는것이 싫다고
말을 합니다. 남자친구가 생기되 되면 하고싶은 일을 맘대로
할 수가 없어 귀찮다 말을 하지만, 귀찮아서 그렇겠습니까!
생각이 많은 아이다보니 그럴것이라 어미의 심중으로 짐작만
하고 있을뿐, 아무런 이야기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보통의 아이들보다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인지 생각도 어른입니다.
어미보다 집에오는 시간이 이르니 늘 집안일을 도맡아 해줍니다.
동생의 속옷까지도 삶아빨아 정갈하게 해놓습니다.
성격이 이기적인것 같은데, 어미나 동생에겐 하늘만큼 높고
바다만큼 넓은 마음입니다.

큰녀석 때문에 가슴이 아팠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고 호주승계를 해야 하는데...
배우자인 제가 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큰 딸아이가 호주승계를 받았습니다.
호주란에 큰 녀석이름이 있고 저와의 관계를 쓸때 호주의 母라고
써야 하는것이... 다 자라지 못한 녀석한테 참 큰짐을 맡겼구나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형벌을 받아 바위덩이를 지고 산꼭대기를 올라야 하는 시지프스
처럼 내 아이의 가슴이 그러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때문인지 어미고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게
있는것 같습니다.

녀석을 보면서 참 부지런 하구나 생각을 합니다.
전 화장을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큰녀석은 화장하는
시간이 어미의 두세배는 되는것 같습니다.
함께 외출을 할라치면 제일먼저 준비를 하는데도 항상 꼴찌로
집을 나섭니다.
저와 작은녀석은 좀 덜렁대는 편인데 큰 녀석은 참 차분합니다.
어미의 뒤를 따라다니며 챙겨주고, 잡아주고...
아이들을 선물로 주신분께 전 늘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봄쯤인가 큰녀석이 몇날을 우울해 있습니다.
전 신경이 쓰였고,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화를 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어미에게 말대답을 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하고싶은것은 많은데, 어미생각을 해
다 할 수 없으니 우울하고, 짜증이 났던 모양입니다.
"가난한것 죄가 아니라 불편할 뿐이다 이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밥먹고 사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것을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 쓰는 말이지 우리처럼 생활고에 허덕여야
하는 사람들은 그 말 조차도 사치로 느껴져요."
아이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 지금 우리는 가난하구나...그때문에 네가 힘들구나...

아이가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기가 힘들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잃으면 얻는것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때문에 얻는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잃은것만
계수하는 사람의 심리가 있습니다.
돌아서서 생각하면 잃은것보다 얻은것이 훨씬 많음에도...
젊은 시지프스가 계속 구르는 바위를 밀고 산을 오르는것은
정상에 오르고푼 욕심때문이 아닐런지요...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올 것도 계산을 하며 올라야 하는데,
우리는 오를것만 계산을 합니다.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는 욕심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며 사는것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