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뜨겁게 달구어진 차에 오른다.
겁도 많은 나는 큰 눈을 두리번 거리며
서툰 운전 솜씨로 FM을 들으며
요즘엔 기다리는 아이들도 없는 빈 집에 마치 누군가 나를 기다리기라
도 하듯 서둘러 퇴근을 마친다.
바람한점 없이 찜통더위는 해가 저물어도 여전히 그 자리에 떡 버티고
서 있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들도 더위에 지쳤는지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있다.
쌀을 씻어 파릇한 완두콩밥을 하고, 고소롬한 양념장에 깻잎 몇장 버
무리고, 배추김치 송송 썰어 도토리묵 사리에 냉육수를 곁들이고,
어머니께서 지난봄 꺽어다 주신 고사리 나물도 조물 조물 볶고,
시원한 열무김치에, 손수 담아주신 고추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
그런 저녁을 먹을 참으로 덥거나 말거나 분주한 걸음을 한다.
아이들도 시골에 가고 없어서 남편과 오븟하게 저녁을 먹어야지 했는
데 밖에서 먹고 온다는 남편의 전화 한통이...
어느새 밥맛은 저만치로 달아나 버린다.
왜 혼자 먹는 밥은 맛이 덜한 걸까?
중간 중간에 이야기도 섞고, 맛이 이렇다 저렇다 평도 늘어 놓고,
가끔씩이나마 참 맛있다는 칭찬, 그리고 우스개 소리 등등이
빠져버린 밥상이라 그러할 테지.....
산다는 것 조차도
그날이 그날인 것 같아도 결국 악센트가 필요한 것 같다.
심심한 날도 있고, 짭조롬한 눈물의 맛을 아는 날도 있고,
좋은날도 있고, 좋지않는 날이 함께 있어
우린 더욱 더 그 맛을 잘 알수 있는 것 아닐까?
혼자 먹는 밥상도 그 여러날들 중의 하루일꺼야....
혼자 밥을 먹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누구나 결국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혼자서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면
그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방법이 아닌지.....
애써 제일 예쁜 그릇에 담아내고,
내가 좋아하는 장혜진의 음반을 올린다.
그녀는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만큼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듯 하다.
난 아무렇지 않게 혼자만의 밥상을 즐기려 한다.
내가 나를 대접해 주지 않으면 세상의 누구도 나를 귀하게 여겨주지
않을 것 같아 마치 스스로 여왕 대접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혼자 밥먹어야 하는 나에 대한 배려가 없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때문에 더 그러하였는지도 모르지만....
말끔하게 설겆이를 마친 나는 꽃무늬가 정열적인 잔에 커피를 타서
아주 우아하게 마신다.
시원한 대나무자리에 세상에서 제일로 편한 자세로 나를 놓아둔다.
그리곤 한편의 영화를 본다.
아이들 생각이 나서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넣어 본다.
영화에 빠진다. 푹....
그런 일도 매일 주어지는 자유가 아니기에 더 늦기전에 마음껏 자유
를 누려야 하리.....
아주 잠깐의 주어진 자유를 맘껏 누리는 난
아주 행복한 사람이 된다.
늘 아이들의 입맛, 남편의 입맛을 생각하여 밥상을 차리는 난
오를 하루쯤은 온전히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니
잊고 산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된 듯 하다.
가끔씩 꺼내보고 사는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나는 또 누구였으며, 누구로 사는 걸까?
마음은 어느새 한 여름의 바다로 저만치 떠나가고 있다.
나그네가 되고저 한다.
통나무배에 이 한 몸 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