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 지금 두리뭉실 폼새 죽이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註) 폼새죽이는이란 정통 사십대 몸매를 말함 ☞ (.) 이래뵈도 어릴 때 동네 저수지 살얼음판을 살살살 쉭쉭 가벼얍게 가로지르며 달렸었다. 동네 아이들이 두꺼운 얼음을 딛고 지나가기 보다 발로 눌러보면 말캉해 뵈는 약간 덜 얼은 곳으로 지나가길 왜 그리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재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얼음 물에 꼴까닥 수장 당할 수 있는 꽁꽁 언 저수지위를 달려 야했다. 이미 용감한 오빠와 다른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내 가벼운 몸을 버팅겨 주기엔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달았다 뿌지지지직~~ 소리와 함께 얼음판은 가느다란 신음소리와 사방으로 갈라지며 얼음이 깨지는 스릴이란 대단했었다. 먼저 달려 건너가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빠들은 마른 침을 꼴까닥 넘기며 어리버리 여동생의 무사귀환(?)을 숨죽 이며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미 겁많은 아이로 정평이 나있고 행동이 민첩하지않은 나는 오빠들에게 저수지로 출발 전부터 오빠 다음으로 건너야 하는 거라며 교육을 받았건만 막상 오르락 내리락하는 얼음 덩어리를 보면 나중에 더 어려워 질거라는 생각은 저편이고 동네 아이들 한두명씩 등을 쳐 내며 눈치를 보다 결국 맨 꼬래비 순서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잽싼 걸음으로 달려봐도 이미 몇차례 결국 갈라진 얼음물 속으로 내 빨간색 에나멜 털신은 푹 적시고 만다. 해가 어느정도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낮시간의 페키지(?) ☜ 겨울놀이모음 은 모두 끝나는 시간이 된다 . 몸둥이들은 꽁꽁 얼어 말하기도 어벙벙해지고 추워 오돌오돌 떨리고 이빨 부딪히는 소리도 바람 소리 만만치않게 들리는데 또 맨 나중에 왔다면서 만인이 보는 앞 에서 오빠에게 한방 쥐어박히고 홀짝이는 내몰골 참말로 불쌍타... 다음부터는 건너오지 말고 감자랑 고구마 지키고 있으라고 한다 일단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끄덕끄덕 다짐하지만 어림없다!! 이때 늘 오빠들은 훈련된 조교마냥 저수지주변의 마른풀섶을 헤치고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나뭇가지를 쌓아두고 돌멩이를 탁탁 부딪히며 불을 피웠다. 정말 못하는게 없는 오빠들이었다. 진짜 동네 골목 짱다웠다니께 ~~~ 흠흠 .. 추위에 얼었던 꼬질꼬질한 얼굴들이 차츰 말캉하게 풀려갈즈음에 모두들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지라 마주보며 까르르 웃는다. 얼마나 추웠던지 얼었던 콧물이 녹아 흘러 내릴 때 콧등에 힘을 주며 빨아 들이는 그 절묘함은 지금도 웃음이 배어나오는 기억중에 하나이다. 동상이 걸려 불기운에 녹아 간질간질해지는 쪼막 손들을 엎었다 폈다 불을 쪼이며 신발이 마를 때 까지 감자,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지냈던 유년의 겨울 이야기가 생각난다. 헌데 이젠 육신의 무게 뿐 아니라 정신의 무게도 두텁고 탁하게 무거워진 탓인지 두꺼운 눈얼음위를 가볍게 걷는 것은 고사하고 단단한 땅위를 걷는 일 조차 헉헉거릴 정도가 되버렸으니..쯧쯧 며칠 동안 계속 내린 눈 탓에 백설기 같은 눈이 보기좋게 쌓였다 오늘 아침은 기온이 뚝 떨어졌는지 보드랍던 눈이 꽁꽁 얼었버렸다 아이 등교를 배웅하고 돌아서서 뜰안을 거니는데 뽀드득뽀드득 귀에 낯익은 정겨운 소리가 났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소리인지 여기저기 유리파편같은 얼음조각들이 햇살에 빤짝거리고 드물게 기웃기웃 얼음눈 사이를 비집고 보이는 초록풀잎이 무척 반가왔다. 몇차레 돌아돌아 운동화 발자욱으로 꽃을 만들고 흔적을 보다 문득 무술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 눈을 지긋이 감고 얍 ~~~ 단전 호흡을 하며 숨을 가슴위로 올려보낸 후 살짝 한 발자욱을 내딛고 무게중심을 머리로 ...크 ~~ 뽀샤샤..샥.. 하더니 바지직 눈 얼음속으로 발이 쑤욱 들어가고 어림없지하며 발자욱이 꽉 찍힌다. 몇번을 빌어보며 또 빌며 시도했다 눈위에 발자욱 찍히지 않고 가볍사리 걸어가기를 .... 몇번의 실패와 좌절을 겪고 ..흐흐흐 드뎌 눈을 감으니 햇살이 무지개 빛으로 보이고 머리가 뻥 ~ 뚜껑이 열린 거 같드만 몸은 둥둥 뜬거같고 머리가 위로 쭈빗하니 오른거같고 ..흐미~ 와 ~~ 흔적없이 걸었다.. 비록 두발자욱 지나 그만 빠찌지지직... 그래도 두발자욱 걸었다 눈위에 운동화 발자취 없었다..흠흠.. 믿기나 말기나다.. 오늘의 무술영화 촬영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