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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 parenting ] 둘..아기가 죽다


BY 밥푸는여자 2003-01-13

 
밤잠이 없어진다는 말로 나이를 가름하며 우짜우짜하는 이론
을 반박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나이 듦을 인정하는 것과 같을
지도 모르겠다. 지나가는 청년들이 이뻐 보이기 시작하고 지나
가는 과년한 처자들이 한번쯤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역시
장성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나이들어 가는 현상 중에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더하여 갓난아이를 보면 자꾸 만지고 
싶고 안고 싶어하는 것은 그럼 내가 할머니(?) 로 되어가는 
나이에 있다는 것이여 뭐여..쩝~ 
 
칭얼거리는 로봇아기의 울음소리에 한창 잠이 많은 아들은
깨어날 생각을 안한다. 점점 아기 울음소리는 커져만 가는데..
할 수 없이 반쯤 감은 눈으로 더듬더듬 컴컴한 복도를 지나 
아들방으로 이동중 에고고 아파라~~ 모서리에 정갱이를 찍히고
씩~씩~ 승질 난 김에 문을 확~ 열었더니 세상에 아들은 아기
관찰용 종이를 침대 밑에 떨어뜨리고 연필을 손에 힘없이 쥔 체
잠이 들어있는 것이다. 여전히 로봇아기는 앙앙 울어대고

다섯개의 칩 중에서 어느것을 골라야 할찌 몰라 허둥지둥하다
형사콜롬보 흉내를 내보기로 했다. 얍 ~~~ 오밤중에 아이가 
울어댄다?  흠... 배고픔 아니면 기저귀...크~~ 이건 대한민국
아짐이면 모두 아는 것..생각해보니 잘난척할게 못되는구먼..

feeding(먹이다)이란 칩을 로봇아기 등 뒤에 꼽아주니 금새 아효~~
얼른 과제용지에 시간을 써 넣고 내친김에 화장실에 가서 
쪼메 묵상을 하고 침실로 돌아와 누워 잠이 들락말락하는데
다시 또 울기 시작하는거여...도대체 몬일이래..

아들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에미들이 이랬다면 자식들 다
워케 ?瑛뺘?~~) 이번에는 도대체 뭔칩을 꼽아주어야 한다...
허지만 흐흐흐 burp (트림)과  diaper(기저귀) attend (관심을주다) 
abuse(학대) 네가지 칩중에서 하나를 찾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
트림 시키는 칩을 찾아 등뒤에 꼽아주었더니 금새 아하~ 웃으며
조용히 잠든다..또 울어댈까 싶어 기저귀 칩을 미리 갈아주려했더니
그건 또 안되는 거다. 아이 과제용지를 보니 거의 두시간마다 깨어
났던 것 같다. 짜아식~~ 너도 그렇게 컸네 이사람아...이 대목에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몬일이래...

아침이 되자 아들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 "엄마께서 오셨다 가는거 알았는데 그냥 잤어요.."
때마침 주일이라 교회를 가야하는데 아기를 안고 가느냐 집에
두고 가느냐 그게 문제로다. 이곳은 17세 이하의 아이를 혼자
집에 두었다 이웃집에서 신고라도 하면 끝장이다..에고..

아기를 안고 물수건으로 요리조리 닦아주는데 무게도 만만치않다 
아들말에 의하면 딱 3.7 ㎏ 이라고 한다. 크~ 진짜아기네 옷을 
갈아입히고 타올로 싸서 안으니 누가봐도 진짜 아이네..(참 여기서 
타올 = 울 아들 갓난아기때 사용하던것임 ) 교회에 데려갔더니 어른
부터 아이들까지 몰려 한사람씩 다 안아보고 만져보고 예배를 마친
후 로봇 아기를 찾아보니 아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어서 집에 
가잔다. 아기 등에 abuse(학대) 라는 붉은 신호가 들어 온 것이다.

잠자고 싶어하는데 재우지 못하고 이사람 저사람 손을 탄것이다
아무리 이짓저짓 다 해봐도 소용없이 울어대다 침묵의 소강상태
로 돌입한 것이다. 우짜겠노 ~~

집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해 봐도 abuse(학대)라는 글씨는 사라지지 
않고 하는 수 없이 규칙대로 아이등 뒤에서 건전지를 빼야했다. ㅠㅠ
결국 사람으로 치자면 죽음인데 왜 그리 가슴이 싸~ 하고 아픈지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살아있는 아이였다면 부모와 이웃의 간절함을
느낄 것이고 이런저런 처방으로 회복 되었을 터인데 로봇아기는 
한번 정해 놓은 그 규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ㅠㅠㅠㅠㅠㅠ
 
다음날 아이는 침울한 기분으로 로봇아기를 데리고 학교로 갔다.
학교에서 돌아와 학급 아이들과 토론을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하는 
그네들의 말.. 함부로 부모가 되는 일을 조심하자, 그리고 부모님
의 은혜를 알았다, 아기는 부부가 같이 키워야 한다 혼자서는 너무
힘들다. 아동학대는 어떤 이유로든 나쁘다...등등 주절주절...

비록 삼일동안 우리집에 머물며 함께 했던 로봇아기는 죽었다(?)
그러나 로봇아기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얼마동안 귓전에 맴돌
았다. 사람을 키우는 일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 오늘도 나는 이곳에 들러 사람사는 
이야기를 보고 느끼고 웃기도하고 울기도 한다.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글 속에서 사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마당에 함께하는 여러분에게 늘 감사함과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