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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의 변명


BY ooyyssa 2003-01-08


“넌 참 아이들을 자유스럽게 키우는 것 같애.”
일일적금을 받으러 온 언니의 말에 나는 방 안을 둘러 본다.
“ 이 어지러운 집 보고 하는 소리야?”
“음, 그것도 포함해서.”

내 아이들은 그렇다.
아마도 장롱도 들 수 있다면 들어 옮기려 할 것이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동안을 제외하면, 우리 집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장난감은 당연하고,책들이며, 의자, 베개..... 등이 널려져 있어,누가 봐도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자유스런 아이들을 빙자해 정리하지 않는 나를 이렇듯 완곡하게 비난한다. 정리 좀 하고 살라고.

아이들이 맘껏 넓은데서 뛰놀 수 있다면, 풀 뜯어 소꿉놀이 하고, 나뭇가지 엮어 자기들만의‘본부’를 만들 수 있다면, 나도 집 안을 잘 정리해 놓고 살겠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나의 어린 시절처럼 마냥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집은 산도 되어야 하고, 바다도 되어야 하고, 놀이터도 되어야 한다.
텐트를 치려면 담요를 꺼내는게 마땅하고, 흙장난을 하고 싶을 땐
도너츠라도 만들어야 한다.
어린 시절은 놀이로 충만 되어야 어른이 되어도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게 게으른 나의 변명이다.
장난감은 장난하는게 당연하고, 책은 책장에 두면 쓸모 없는 물건이니
재주껏 활용해야지.

인테리어잡지에 라도 나올 듯한 집,그런 집들이 더러 있다.
부러울 때 많지만, 멋있는 집보다는 멋있는 아이들이 좋다.
그리고 나의 귀중한 시간 표나지도 않는 일에 내던지고 사느니,
아이들 놀 때, 나도 옆에 배 깔고 누워 책 읽으며 노는 게 좋다.

어제는 왠일로 자기들이 청소를 하겠다고 나섰다.
치워놓은 모양이 제법이다.
곧 그런 날이 많아지겠지.

어쩌면 언젠가 "엄마, 좀 정리하고 살아요!"하며 나에게 쏘아댈지도
모른다.
그 때는 " 예전에 내가 많이 치워줬으니, 너희들이 치워라."하고
변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