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이 그렇다던가?
속이 깊어 한 번 우정을 쌓으면 죽을때까지 지킨다구...
속이 깊은지 안 깊은지...
그것에 대해선 내 친구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끝까지 지키려고 무지 애를 쓰는 내 취향(?)만을 놓고 본다면
나에게도 그런 피가 흐르고 있나보다.
난 아직도 친구라면 죽고 못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넌 아직두 그렇게 친구가 좋으니?
친구? 거,다 쓸데없는거다? 말짱 황이라구. 이 바보천치야"
친구를 만나려고 가끔 서울로,대구로,대전으로...
없는 살림에 길바닥에다 돈을 마구(?) 뿌려대며 사는 나에게
울 친정 엄마가 안타까워 하는 소리이다.
내가 친구들한테 지치지도 않고 열을 내는 것처럼,
울 엄마의 인생 강의도 오늘날까지 지치는 법이 없다.
엄마 말마따나 어디 '친구'가 '가족'과 같더란 말이냐?
피를 나눈 가족과, 피도 나누지 못한 친구가,
어찌 동격으로 존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에게 목숨(?)을 건다.
기쁨을 더하기 위해서...
슬픔을 줄이기 위해서...
닫혔던 입을 열어 실컷 수다를 떠는 것이다.
친구땜에 집안 일을 뒤로 하고 장거리를 뛰기도 하고,
만취한 친구의 넋두리를 들어 주기 위해서
1시간도 넘게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기도 한다.
"집에서 살림은 해요?"(오잉~~~ 이게 뭔 소리?)
나도 엄연히 아줌만데 집에서 살림 안 할라구?
"나도 살림 해요. 나두 할 거 다 하는데..."
멋적게 웃으며 말해 보지만,
왜 사람들은 날 살림도 안 할것 같은 띨빵한 여자로 보는 것일까?
집에까지 와 살림하는 나를 직접 보고 간 친구들 입에서도
"넌 살림 안하게 생겼어" 라고 말하는데
잘 알지 못하는 남이야 그런 생각을 갖는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럼 내가 내숭이라도 떤단 말인가?
아무리 남들 눈에 띨빵해 보이는 나일지라도,
김치를 담고,유자차를 담고,밑반찬을 조리구...
친구를 위해서 하는 일은 날 들뜨게 한다.
죽어도 피를 나눈 내 가족은 아닐지언정,
엄마 말대로 말짱 황(!)인게 친구 사이일지도 모를지언정,
나는 오늘도 친구에게 희망을 건다.
따지고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만큼
허망한 일이 또 어디에 있으랴!
그럼에도,
그 허망한 일에 자주 욕심을 내는 나는
정말로 띨빵한 사람임에 틀림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