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이 비닐하우스 다섯채를 빨갛게 잡아먹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하우스에 나가 노동하였습니다.
반갑다고 꾸벅 인사하듯
조금씩 여물어가는 연둣빛열매들이
제무게를 못이기고 허리굽히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너희 보니 좋다.....
하나의 꽃대에 서너개 꽃이 피어나고
그 꽃에서 딸기라는 열매가 자리잡고 익어갑니다.
그 한두개의 꽃대로 영양을 모아주기 위해서
불필요한 곁의 잎들과
늙은 잎들을 떼어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하면 딸기 자체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계속 젊은 상태이어야 오랜 기간동안
열매를 맺울 수 있답니다.
딸기에게 잔인한 처사일지 모르지요....
자꾸 자꾸 젊음을 연장시키는 인간들,
제몸에서 더많은 열매를 착취하고자 하는 선심...
그래도 어찌할 수 없는걸..
우리 밥줄인걸.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아이들이 엄마~하고 불러대는 소리가 멀리 들려옵니다.
되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이 없자
이젠 더 크게 울어댑니다.
가까워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아니 곡소리 ....
뭐가 그리 서러운지, 아이들이 엄마가 보고파 우는 소리는
참 서럽고도 처량맞습니다.
아이아빠가 어서 가보라고 채근입니다.
그이에게서 좋은 냄새가 납니다.
땀냄새에 다름아닐텐데,그 냄새가 좋아 쿰쿰거립니다.
몇일간 눈길도 피하고,
말한마디 없었던 시간들.
갑자기 그가 좋아서 한번 껴안아 보고도 싶습니다.
역시 저는 팥죽소녀인가 봅니다.
이 어찌할수없는 변덕.....
할수없이 딸기 하우스를, 한번 껴안고 싶은 그를
뒤로하고 돌아나오는데,
양희은님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할 수는 있을까
그럴수는 없을것 같아
도무지 알수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참 쓸쓸한 일인것 같아.....
쓸쓸하지만 아이아빠를 사랑해주기로 했습니다.
쓸쓸한 일이지만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할 수는 없을것 같기에 말이지요.
딸기마냥 누가 제 젊음을 끝없이 늘려줄 수 없는 한
너무도 짧고 덧없기에
다른 사랑에 대해서는
체념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