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눈을뜨게해준 남자,깔끔녀소리를 듣게해준남자,요리를 잘해서 늘 칭찬을 듣게해준 남자,남편이며 딸아이옷을 면티부터 청바지까지 다려서 입혀내보내는 완벽한여자, 시어른댁에 밑반찬부터김치까지 해다 바치는 효성지극한여자.
공교롭게도 나에게 따라다니는 말이다. 그런데 난 이런말들이 싫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사랑하는 남편의 말이라서 들어주었는데,지금생각하면 내 몸이 얼마나 고달펐는지,맘고생은 얼마나 해야했는지. 이제 그런소리 듣기싫다. 나도 일못하는 며느리라서 아예 일도시키지않았으면 좋겠다.손에 물도 묻히지 않고 앉아서 밥상 얻어먹는 그런 며느리 였으면 좋겠다. 무더운 여름 다리미앞에 앉아 반나절도 못입을 면티를 다리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그런 일은 안하고 싶다. 나도 누구처럼 바지에 줄을 두개,세개씩 세워서,세탁소에 다림질을 맡기는 그런 여자고 싶다. 김치도 배달시키고,밑반찬도 사다먹고,우아하게 앉아 음악이나 들으며 그렇게 살고싶다. 예쁘게 화장하고, 고운옷입고나가 쇼핑이나 하며 지내는 그런여자고 싶다. 기름값걱정하며, 남이볼세라 차도 끌고나가지 못하는 간 작은 여자가 아닌 나도 차를 사달라고 신랑을 조르는 그런 간큰여자고 싶다. 시어머니가 해주는 밥도 먹고싶고,신랑이 밀고다니는 걸레를 요리조리 피해다니며,여기에 먼지가있네없네하며....
색있는 메니큐어를 바르고 손끝으로 물을 튕기는 그런 여자고 싶다.그런데,이제 세월이 흘러 그런걸 시켜도 할수가 없게 만든 내 남자를 난 탓하고 싶다. 세탁소의 다림질은 비싸기만 하고 맘에안들어서,메니큐어를 칠하면 음식에 벗겨진것이 들어갈까봐, 반찬을 사먹으려면 왠지 깨끗하질 못할것같아서, 청소를 신랑에게 맡기면 구석구석 완벽하게 해주질않아서 이젠 아무것도 난 남에게 맡길수가 없게 된것이다. 전에는 칭찬일것같은 일들이 요즘에는 그런것도 집에서 하냐고 비아냥대는 여자들이 많아서 난 너무 속이상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타고난 팔자가 그런데.그냥 이렇게 살다 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