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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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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 이야기.14


BY 손풍금 2002-12-12

물건을 장터에 내려놓고 차를 주차하고 돌아왔는데 내 물건앞에 한 여자가 작은등을 보이고 앉아있다.
'뭐 필요한것 있으세요? '하고 묻자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헉~!)
일그러져 보기 민망한 얼굴로 한쪽코가 내려앉고 입술은 금방 터질듯 얇은 실핏줄이 다 보이게 뭉개어져 입술선이 없다. 한쪽눈은 맑은데 한쪽눈은 어둡다.

내가 팔고있는 물건은 가격이 저렴한 화장품이다.
내가 무슨말을 해야하나 망설이고 있는 사이 그여자가 나를 보고 웃다가
'이것 저것 좀 살려고 그래유. 떨어진 화장품이 많아서...'

'네.. 아주머니가 바르시게요?'하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때 길가던 아주머니가 곁에 앉아 화장품을 고른다.
그여자는 고르던 화장품을 내려놓고 아주머니를 붙들고
'이 화장품 좋아요. 내가 써봐서 아는데 이렇게 길에서 판다고 나쁜거 아녀유.
아줌마는 이거 바르면 예쁘겠네유.'하면서 색조화장품과 기초화장품을 권한다.

주인인 나는 말할틈도 주지앉고 그여자는 이것 저것 손님 손을 붙들고
'좋아유. 이거 참 좋아유.얼마나 좋은지 몰라유'하는데 내 속마음은
그여자의 모습이 흉칙하여 손님이 구입하려고 하다가 도로 놓고 일어날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여자가 얼마나 열심히 설명을 하는지 말을 막을 상황이 되지 않아 그냥 바라 보고만 있었다.
잠시후 또다른 손님이 앉았는데 이번엔 그 손님까지 붙들고 설명하는것이였다.
그 여자의 말을 듣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잠시후 차례대로 물건을 넣어달라고 하면서 구입해갔는데 사실이지 나는 그 상황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아주머니 장사 잘하시네요? 와아.. 제가 아주머니는 싸게 해드릴께요.'하자 그 여자는 '내가 이리 생겼어도 사람마음 혹하게 하는 재주는 있어요'한다.

'그러게요.'하고 그여자가 고른 물건을 싸고 있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내거는 조금 있다 계산해도 되요. 바쁜사람들 먼저 해줘유'하며 함께 장사를 했다.

한달 보름 전 그렇게 그 여자를 알게 되었는데
오일이 지나 다시 영동장에 가면 그 여자가 매번 장마다 기다리고 있었다.
물건을 펴는것을 도와주고 주차하러 가는동안 손님을 받아주고 그 여자가 있을동안 거짓말처럼 손님이 끊이지가 않았다.
지난주 역시 장터에 들어서는데 내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마음이 환해졌다. 절로 웃음이 돌았다.
물건을 펴는데 물건을 받아 함께 옮긴다.
커피를 뽑아 드리며 '장에 일찍 나오시네요. 매번 이렇게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줄 모르겠어요.'하니

'고맙긴..뭐
화장품을 싸게 주니 내가 더 고맙지유,
나 전에 화장품 사러 화장품가계 들어가면 주인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아.
행색도 이렇고 얼굴도 이러니 내가 화장품사러 온사람인줄 알겠어,
그런데 애기엄마가 반갑게 맞아주니까 자꾸 오고 싶네 '한다.

'뭐하러 이렇게 화장품을 많이 사가세요. 이젠 그만 사세요.
제가 화장품용기 불량인것들 모아놓은것 그냥 드릴께요.
커피나 드시고 가세요. 이상하게 아주머니만 계시면 손님이 많으네요.
저 그런것 전혀 안믿는데 참 신기하네요.
아주머니 복많으신 분인가봐요.'

'복은.. 무슨복..'하는데 쓸쓸하다.

'저기 그런데 이런거 물어봐도 되는지.. 어떻게 하다 화상을 입으셨어요?'하는 내말에

'젊었을때 가스렌지에 물 올려놓은것도 모르고 밭에서 일하다가 집에 불이나서..
아이들은 방에 있는데 .. 그래서 아이들 불길에서 꺼내고 나니 이렇게 내몸이 망가졌잖아유.'

'그럼 아이들은 괜찮구요?'하니

'아이들은 멀쩡해유'한다.

'아저씨는요?'

'우리 아저씨는.. 없어유'

'왜요? 돌아가셨어요? 그럼 지금 누구랑 사세요? 아이들하구요?'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밥벌이하러 다 나갔고 나는 몸 불편한 동네할머니랑 같이 살고 있지유'

'생활은 뭘로 하세요?'

'몸이 아파서 일은 못하고 생활보호대상자라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병원도 다니고 이렇게 화장품도 사고 하지유'하는데
나는 아주머니가 금방 계산한 화장품값을 도로 내어주며

'아주머니 , 저 이젠 화장품 아주머니한테 안팔래요.
병원을 한번 더 가시고 맛있는것을 더 사잡수세요.
뭐하러 자꾸만 화장품을 사가세요'하는데 지난주에 사간 입술연지를 칠한 입가가 ..
한쪽 눈썹을 아예 잃어버려 눈썹연필로 그려낸 눈가가 사무치도록 서럽다.

'아저씨도 안계시다며 뭐하러 그렇게 예쁘게 하시려고 하세요?'하는 내말에

아주머니는 나를 외면하고
'아이들 구하려다 이렇게 된 내 얼굴과 몸이 싫다고 우리 아저씨 멀리 가버렸어유.
술집여자하고..'

'세상에...'

'그래서 나도 남자하나 꼬셔보려구.. 억울해서. 하두 억울해서
화장이라도 하면 좀 예뻐보이려나 하고..
얼굴이 이럴수록 가꿔야지. 모두 보기 흉하다고 피하는데 그렇치 않으면 누가 나하고 얘기나 하겠나.
그럼 나 외로워서 죽을꺼유 '

'아이고.. 아주머니 하나도 보기 안흉해요. 아주머니 마음이 얼마나 예쁘신데요.
아이들 불속에서 구해낸 그 마음하며
화장하고 곱게 보이고 싶어하는 그 마음. 얼마나 고우신데요.'했지만
나는 자꾸만 뜨겁게 슬퍼지고 있어 아주머니는 바라보지도 못하고 애궂은 화장품 용기만 박박 문지르고 있었다.

오늘
영동장이다.
작은키의 고운 아주머니가 추운데 기다리고 계시겠구나. 하고 반가운마음 앞서 달려갔는데 내자리가 휭하니 비어있다.
거리는 을씨년 스러웠고 사람들은 발길을 빨리하고 서둘러 걸었으며
나는 내내 아주머니가 언제 오시려나 하면서 길 먼곳까지 눈길을 옮기며 기다렸는데 끝내 오시지를 않았다.
어둠이 빨리 올듯 싶어 일찍 짐을 싸는데 창백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머리에 얇은 스카프를 두른 그 아주머니였다.

'어..아줌마.. 저 아줌마 엄청 기다렸는데 , 오늘 아줌마 안오셔서 장사도 안됐단 말이예요. 잉.. 책임져요. 왜 안오셨어요'하는데 아주머니 잠시 휘청거린다.

'몸이 좀 아파서 병원가서 링겔맞고 지금 나오는거유. 나 기다렸어유?'

'네. 그럼요.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어디 많이 아프세요?'

'좀, 아퍼유. 방에 불길 들어오는데가 없어서 전기장판을 깔고 자는데 얼마전부터 쥐가 들락거리더니 전기선을 끊어놓고 쌀도 다 갉아먹고 그래서 냉방에서 잤더니
몸이 굳고 움직이지를 못하겠어서..'하는데 눈물이 핑 돈다.

나는 더생각할 겨를도 없이 뜨거운물을 담아먹는 보온컵과 아주머니 오시면 뭐든 드리고 싶어 가지고 나온 속내복을 드리고 아주머니의 손을 잡아 옆에 붕어빵 파는곳으로 함께가 뜨거운 붕어빵을 봉투에 담아드렸다.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이러려고 온게 아닌데 ,
이렇게 추운데도 애기엄마가 나왔으려나,나왔으면 얼마나 추위에 떨고 있을까. 하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이러면 안되는데...'하시는데

'아주머니, 그런거 아니예요. 그런게 아니고.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러는데
그냥 아주머니 화장 못하는 얼굴이라도 너무 예쁘셔서 제가 본 여자들중 몇안되는 美人이라서.. 아주머니 제 마음 아시겠어요? 저 아주머니가 참 좋아요. 그래서 기다렸어요'하는데 금새까지 추워서 떨었던 나는 어디가고 신이났다.

'아프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장날마다 기다리고 있잖아요.
기다리고 있는사람도 있고 아주머니는 참 좋겠네요.'하는데 참말로 반가와서 눈물난다.

'그려, 그려유,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고 아프지 말아야 겠네.'하는데 영 기운없는 모습으로 오늘은 전혀 화장기도 없다.

아주머니를 뒤에 두고 돌아오는길.
다음 장에 올때는 추위속에 몸 따뜻하게 덮히라며 같은마음으로 선물받은 손난로, 그 두개의 손난로 중 하나를 아주머니에게 갖다드려야지.
그리고 장미꽃 한송이 함께 드리며 아주머니에게 좋은분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말해야지,,,

그런데 다음장에 아주머니 안나오시면 어떻게 하지?
아니 못나오시면 어떻게 하지?
(아주머니 생전에 꽃 받아보셨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