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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끼던 그 시절 뒤척이곤 했던..이름 하나..


BY 레아~♤" 2002-12-05

이아고의 한숨..


오늘은 오페라 한 편을 충실히 보았다.
6막으로 된 오셀로..
사실 난 이 명작을 읽지는 않았고
이 명작에 대해 곁들여진 평서를 보았쓸 뿐이다.


하지만 그 때 내 심금을 울리며 자국을 남긴
메시지는..
데스데모나의 비극에 대해서인데..
데스데모나의 비극은
데스데모나의 침묵이 비극이라는 것이었다.


6막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
자신의 흰 결혼드레스를 침대에 펼쳐놓고
예전 몸종으로 있었던 하녀의
버림받은 사랑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며..
비탄에 빠져서
노래 하는 것을 보며..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기 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조차
깨닫지 못한 어리섞은 여자라는..
위기에 빠진 자신의 사랑을
지킬 용기가 없는 무능한 여자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리고 힘없는 사람과.. 박해 받는 사람과
그리고 똑같이 불쌍한.. 힘 있는 자를 위해 기도하고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신을 저주하며 기다리라 폭언을 한 오셀로에게
팔이라도 걷어 부치고..기다리다
설령 악처라는 불명예 딱지가 붙을지언정
아무리 총독이라한들 부부의 침실 안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지 않은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변명(사실을 말할)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처단하기로 몰아부치는 그 부당함을
비난하기라도 했다면..


이아고의 교묘한 계략(중대장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마치 연정을 품은 듯한)에 빠져 질투에 휩싸인
오셀로의 이성을 흔들어 깨울수도 있었을
확률도 있으련만..
그랬으면..
두 사람은 오랜시간 사랑하며..인연을 다했을터인데..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의 벌레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운명의 노리개라고 하는..
이아고의 간교함에 넘어가 한 때 불신했던
죄책감을 미안해하며 더욱 애틋하게 사랑하며
살 수도 있었을 터인데..


데스데모나는
자신은 오셀로를 사랑하다 죽으려고 태어났다는 노래하는
자아가 전혀 없는 무기력을 덮어쓴 선량함의 소유자이다.
언감생신 자신이 계략에 빠진 것은 눈치도 못 채고
오로지 자기안에서 잘못을 찾으려고만 한다.


-제가 모르는 동안에 어떤 불쾌한 일을 했다면
용서해 달라고..
결국 오셀로에게 목이 졸려 죽어가면서도
죽음을 목격하는 하녀에게 자신은 자살하는 거라고
거짓 고백을 하며 오셀로를 감싸려 한다.


표현력 부족과 자신감없는 소심함으로
점철되었던 긴 세월의 흔적이
데스데모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차라리 악처가 되라고..
계략도 마다않는 암중모색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총독이라는 직분이..
의혹에 대해 거짓 고자질한 일방적인 말만 믿고
진실을 가리는 그럴싸함에..넘어가
앞뒤 가리지 않고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 어리섞음을
조롱이나 하라고 위로하며..


불교의 윤회설에 입각하여
공교롭게도 이아고가
이 시대 이 나라 어느 곳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아마 깜딱 놀라 너머가지 않을까..??
자신에게 사사받지도 못한
넘쳐나는 후계자들의 현란함에..
넋을 잃을지도..
아마 서양의 이아고도 한 수 배워야 하는
현실에 고개 숙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