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제,
망연한 소식을 전하는 멜 한 편을 받았습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늘 용기와 희망을 주시던 분이 얼마동안 소식이
없어 무척 궁금해 하던 중에 날아온 멜의 내용이 형님께서 유명을
달리 하셨노라'고,,,
페암 말기판정을 받은지 불과 5~6개월 전 이었습니다.
오십대를 갖 넘은 한창 일할 나이었습니다.
나 역시 3년동안 암과 친구삼아 동행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난 오늘 아연한 심정으로 하루종일 차를 몰고 쏘다녔습니다.
저승사자가 다음은 네 차례다!하고 음흉한 웃음을 보내는 듯,
공포감이 잠시동안 엄습해 왔습니다.
병에 걸린 후 한번도 가지 못했던 어머니의 산소를 찾았습니다.
"엄마,난 언제 가야 하나요?"
대답이 없었습니다.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어머니의
산소앞에 앉아서 오래동안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봄날처럼 따스한 햇살이 가슴속으로 파고들며 물결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득히 졸음속으로 빠져들어
얼마를 잤는지 모릅니다.
어디선가 오래전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풀잎아,밥먹어!해가 졌는데,도대체 어디서 놀구있니!!!"
내 어릴때 학교운동장에서 고무줄놀이,팔방놀이 하다 짖굿은
오빠들이 해가 질 녘이면 숨바꼭질을 하자'고합니다.
틀키지 않으려면 꼭꼭 숨으라고 합니다. 그말을 하늘같이 믿고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깊숙한 곳에 꼭꼭 숨습니다.
얼마동안 풀잎아, 어디숨었니!!!하고 찾는 척 합니다.
숨소리가 들릴새라 쥐소리도 내지 않고 웅크리고 있습니다.
얼마 있다보면 사방이 괴괴해 집니다.
하지만 술래가 근처에 와 있을 것 같아'꼴깍'소리가 들릴까봐 흐르는
침도 삼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만 깜빡 잠이 들면 금방 밖은 깜깜해 집니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무서워서 오금이 붙당겨 일어서지도 못하고 점점 커지는 공포속으로 빠져 정신을 잃고 맙니다.
풀잎이가 없어졌다고 횃불을 밝혀들고 동네청년들을 동원하여 학교의 으슥한 곳은 다 뒤져 찾아냅니다.
아버지는 눈물범벅이 되어 잠들어 있는 풀잎을 등에 업고 오십니다.
풀잎이는 그때서 느낍니다.
아버지의 등짝이 ??고 따뜻하다는 걸~~~!
나는 멀리서 부르는 어릴때의 그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얘야!일어나 밥먹어야지~~!"
'아~어두워 지기전에 집에 가야지,,,'
난 놀라 깼습니다.
해는 서산에 늬엿늬엿 온 하늘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
바로 그 것 이었습니다!.아직 때가 아닙니다.
난 일년 반 동안 방사선 치료,항암주사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고통을 누구보다 뼛속깊이 알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여 때어낼 수 있으면 그나마 행운입니다.
난 소장암은 10센티 가량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부위에
침투한 암은 수술조차 할 수 없어 약물치료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절망도 했고 화도 났습니다.
"내몸이 만만하냐!!!한군대도 아니고 이곳저곳 막 쑤시고 다니게"
하며 악도 써 봤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서두에 말씀드린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몸에 있는 병균도 당신몸의 일부 인걸 쫓아내려고 만 하지말고
친구삼아 함께 지내세요,좇아내려고 만 하니 그도 나가지 않으려고
더 악착을 떠는 것 아니겠습니까?"
난,정말 옳은 말이라고 무릎을 쳤습니다.
지금은 암세포가 더 활성되지 않도록 다스릴 뿐,때어 내버리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이친구야, 내가 좋아서 내몸속에 들어왔으니 날 아프게 하지말어"
"날 아프게 하면 널 싫어하게 되니까", 그러면 그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약보따리를 이고지고,암친구를 수호천사처럼 동행하지만,
난 지금 돈버는 일 도하고 취미로 글도쓰고 하는데 녀석덕분에
생각도 깊어지고 남의 아픔도 느낄 줄 알게되고 지나온 내 삶을
되돌아 보며 앞으로의 삶을 조명해 보기도 한답니다.
.얼마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분이 부르시는 날 가야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육신을 그분한테 전세 낸 기간이니 내가 마음먹기
따라 남은 생을 조율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지요.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고통을 통하여 자신을 성숙시켜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세요.그렇게 허망한 것 만은 아닐테니까요.
잠시 흔들려서 하루종일 방황하며 쏘다니다 컴 앞에 앉아 아컴에
들어와 보니 조그만 일이라도 아직은 할일이 여기 있구나,,,하고
감사했습니다.
보시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하고 소원합니다.
~~작은 풀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