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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79

천원에 산 행복


BY jerone 2002-12-03

지하철에서.. 5

지하철에서 조그만 돋보기를 하나 샀는데
조그만 글씨를 읽을 때 눈을 찌푸리지 않아서 좋고 밀면 쏘옥 들어가 랜즈에 흠집이 생길 염려없고 넣고 다니기 간편해서 좋다

예전에 어떤 아저씨는 고무장갑을 파는데 그 질김이 얼마다 쎈지를 설명하려고 지하철 손잡이 철봉대에다 고무장갑을 걸고 매달리기도 했다
'으와~! 참 대~단한 고무장갑이야~'
천원에 몇 개를 줬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그 고무장갑을 사서
집에와서 별로 쓸모가 없어 버렸다.

만능지우개 같은 화공약품을 파는 아저씨는 하얀 와이셔츠를 들고다니며 잉크나 먹물을 쏟아서 금방 지워지는 실험을 해 보였는데
'와~ 신기해~!' 요술처럼 깨끗이 지워지더라고..
그것도 산 적이 있는데 결국 한번도 잉크나 땟국물을 지워보지 못하고 버렸다

대나무로 만든 튀김용 나무젓가락과 김밥 싸는 발과 밥주걱과 손잡이가 긴 주걱..
이것도 언젠가 부천에 가면서 지하철 안에서 샀는데 마침 만난 사람에게 뭐 마땅히 줄것도 없고 해서 '자~ 이거 지하철 타고 오면서 샀는데 괜찮아 보이더라' 하면서 건네주고 집에 오는 길에 아까 그사람이 또 주걱을 팔고 있길레 또 샀다.
지금까지 긴 젓가락 잘 쓰고 긴주걱도 호박죽을 쑬때나 깨 볶을 때 잘 쓰고있다.

지하철을 타면 단돈 천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살 것도 많고 사서 쓰지 않고 버리는 물건도 많다

들치기 날치기 소매치기.. 전과 13범이라며 날치기예방법 몇 가지를 일러주면서 마음잡고 살려는데 취직도 안되고.. 해서 지금은 이렇게 바늘을 판다며 바늘 몇 개 꽂은 봉투를 들고 옆에 와서 바짝 몸을 밀착하고 반위협적으로 '이거 안사욧?' 하던 얼굴과 손등에 칼자국이 많고 팔뚝에 문신이 요란한 그사람은 돈을 많이 벌었는지 또 나쁜짓해서 잡혀갔는지.. 보이질 않고

요즘엔 아줌마들까지 커다란 이민가방 같은걸 끌고 다니며 물건을 팔려 다니는데 나는 가끔 구경하는 재미에 그사람들 표정과 생활태도를 살펴보기도 하고 혹시 나도 먹고살기 급하면 저런 보따리 들고 장사할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는데 그분들 참 용기있고 장하다는 생각에 가끔 주머니 털어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사곤한다
단돈 천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내 얇은 주머니를 털어 자질구래한 물건 하나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인 듯 싶다.

오늘 산 조그만 돋보기 정말 맘에 든다. 모양이 밉지도 않고 쓸모도 있고..
내게 딱 필요한 물건이라 주저없이 단돈 천원을 썼다.
답사반 강의 들으면서 꺼내서 여기저기 대보니 글씨가 왕따시만하게 보이고 멀리쯤 대고 선생님을 비춰보니 거꾸로 보인다
'우와-! 신기~!' 화장품 주머니에 넣고 자꾸만 꺼내보면서..
일기를 쓴다
오늘은 천원으로 행복을 샀습니다.. 라고..

`0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