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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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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컴 중독' --- 부제: 꼬리(답글) 이야기


BY ps 2001-03-10


고교 후배의 이-메일을 통해 '아컴'을 처음 방문했던 지난 1 월의
어느날 이후, 나의 '나만을 위한 짧은 오후의 시간'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운동을 하던 것에서 서서히 바뀌어갔다.

'시 쓰는 방'에 들어가, 아름다운 시, 멋진 사진, 그리고 좋은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고, '에세이 방'에 들어가 많은 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으며 교양도 쌓고, '속상해 방'에 가서는 남들과 같이 분개도 하고,
내 자신을 반성도 하고, 많은 사람들 보다 내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아컴'에 중독(?)이 되어갔다.
(너무 강한 단어라서, 영자님이 들으시면 섭섭하실라나?)

그렇게,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서, 가끔씩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나 자신도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을 지긋이 눌러왔는데,
어느날 문득 보니 '아저씨'들도 글을 올리는게 아닌가?

이미 중독은 되었겠다, 사이버 세계니까 말더듬을 필요없겠다, 아줌마들
앞에서 빨게지는 얼굴을 안보여도 되고, 창피할 때는 슬쩍 잠수할 수도
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용감하게 회원등록을 하고는, 이곳, 저곳에
나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중독증세(?)는 나도 모르게 심해져 갔는데, 결국은 '나도
내글을 한번 올려보리라'하는 지경에 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만 있지, 경험 없고 재주 없으니,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뭘? 어떻게? 어디에? 하며 머리를 굴리던 어느날 하늘의 계시(?)인양
나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초등학교 다닐 때 있었던 일을 글로 한번 표현해보자!
써놓고, 지웠다, 또 쓰고... 이것 조금 고치고, 저것 살 좀 보태고...
오자 없나 둘러보고, 띄어쓰기(나는 이게 제일 어렵다) 점검한 후,
비밀번호를 누루곤, '저장'!!! 그리고 글이 오른 것을 확인하곤,
그동안 제대로 못쉬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거짓말 마~~니 보태서
3 키로나 빠졌는데 '창조의 어려움'을 처음 느껴본 순간이었다.
(콩트 방, '해삼과 어머니', 2-17-01)

글을 올리고 며칠동안 '토끼' 같은 마누라와 '여우' 같은 새끼들
먹여살리느라 바빳는데 (나는 마누라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잘
보여야한다) 그 동안의 궁금증과 초조함을 초보작가 님들은 이해하시리라.
과연 몇 사람이나 읽어주실까? 내가 좋아하는 '아컴'의 몇몇 분들이
읽어주실까? 이것도 글이라고 실었냐? 하는 답글이 올라오지는 않을까?
(첫 임신하고, 아가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 어쩌면 이럴지 모르겠다)

급한 불 대강 끄고 (아니, 다시 돌아가 확실히 끄고. 소방관 님들!
화이팅!), 드디어 '아컴'에 들어와 '콩트 방'의 문을 열어보니,
와~~~~~!!!!!
잘해야 미지근한 반응을 기대했었는데, 내 글 밑에 붙어있는 꼬리, 답글,
리풀, reply 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곤 멍해진 상태에서 '상상'이란 놈이 날개를 폈다.

-- 아, 나도 드디어 떳구나 !
-- 무엇 부터 할까 ?
-- 음~~ '아컴'의 글 잘쓰시는 님들에게 글 하나씩 받아서, 내글 몇개
....보태 책을 내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될거고
-- 음~~,또, 그 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이 곳에서도 베스트 셀러를...
-- 그러면 나는 돈벼락을 맞는 거고!
-- 음~~ 그 돈으로 자가용 비행기 하나 사서, 생각날 때마다 포항으로
....날아가, 박 라일락 님 가게에서 공짜 해삼, 멍게 얻어먹고,
-- 아니, 이젠 돈 많으니까, 가게매상 화끈하게 올려드리고...
-- 또, '아컴'의 번개 열심히 따라다니며 1 차, 2 차, 3 차,..
....밤 새도록 쏘고...
-- .....

얼굴은 달아오르고, 숨은 가빠지고, 눈은 반쯤 감겨있는데, 아마 옆에서
누가 보았다면, 성인 싸이트에 들어가있는줄 알았을거다.

천장에 붙어있던 정신을 겨우 끌어내리고, 그 소중한 꼬리들을 하나씩
따서,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 읽기 시작하였는데, 다 읽고나서 가만히
보니, 이건 완전히 "아니올씨다" 였다. 그 수많은 꼬리들이 내 글에
붙어있는게 아니고, 공짜 해삼, 멍게 주신다는 박 라일락 님의 말에
눈이 어두워져 모두다 그 분의 꼬리에 붙어있는게 아닌가?

오호, 통재라 !!!
하늘을 날던 비행기는 추락하여 태평양에 빠지고,
조지 와싱턴(미화)과 세종대왕님(한화)은 초봄의 아지랑이 마냥
눈 앞에 어른거리다 사라져 버리고...
나는 공짜 너무 좋아하는 '아컴' 회원님들의 지적, 정서적 수준을
의심하게 까지 되었다. (히히, 근데 저도 공짜 무지 좋아함다)

그리고, "나의 글이 뜬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집필하신
마가렛 미첼 여사 마냥 '저는 더 쓸 것이 없습니다'라며 멋지게
펜을 놓겠다"라는 야무진 꿈을 접어야했다.

그렇게 실망한 상태로 며칠이 지나갔는데, '대한의 남아'가 그까짓
한 번의 실망(?)에 좌절할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올린 글이 '한 박자의 비밀' (콩트 방, 3-3-01)
그러나 이것 역시 참패(?)였다. (Norway 님, 세은모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체면은 차렸지요?)

하지만, 나는 계속 쓰고싶다. 아니, 쓸거다!
꼬리를 달지는 않으셨지만, 많은 님들이, 읽고, 좋아하셨다고 믿고,
자가용 비행기는 아니더라도,
태평양을 건널수 있는 배 한척 마련할 여유가 생길 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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