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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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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추억 속에 살아 계신 님...


BY 후리우먼 2000-05-28


학생시절... 어느해 여름방학.....

방학이 시작되자 모써클(이젠 동아리라 한다죠..?)의 연수가 있어서
경기도에 갔었다.
근 한달간의 연수를 마치고 나니 아까운 방학을 거의 다 써버린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것도 동료들과 헤어지고 혼자서 용감하게...
그야말로 혼자서 계획에 억메이지 않는 무계획의 무전여행이었다.
내키는데로 보고 먹고 자고....바람따라 발길 닿는데로 그렇게 돌아다녔다.

얼마남지 않았던 여비도 거의 바닥이 날 즈음...
충청도 어디에 계시는 고모한테로 찾아 갔다.
그것도 주소 하나만 가지고...

오토바이를 가지고 마중 나온 동갑나기인 사촌(남자)이 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관계로... 그 동안의 편지 왕래가 무색할 만큼...
약간의 어색한 만남이었다고 느낀건 그 아이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난 다음 부터였다.
(실은 어릴적에 몇번 보곤 그동안은 거의 만나질 못했었다.)

고모네 댁까지 가는 동안 난 처음 타보는 오토바이의 뒷꽁무니에 메달린채 사촌의 허리를 사정없이 끌어안았다.
신나게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바람을 가르고 달렸고... 더욱 무서워져 허리를 휘감은 나의 팔에는 한층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고모네 식구들은 반가움에 모처럼의 손님을 잘 대접하고
말리라고 여기셨던지 오골계라고하는 검은 닭을 잡아주셨다.
몸에 좋은 거라며 자꾸 뜯어 주셨지만..색깔도 그렇고..
그맛에 익숙치 않은 나에겐 왠지 힘든 시간이었다.

그날밤은 간만에 아주 편한 맘으로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막 잠의 나래를 펼려는 찰라...건넌방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고모가 전화로 오빠인 내 아버지에게 확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그리로 와 있는데 아시느냐고...??
내가 몰래 집을 나온(?) 건 아닌지....
확인이 끝난 다음에야 겨우 안심한 듯 다른 어른들의 얘기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껏 내말은 전혀 믿지도 않고 계셨다는 것인데..약간 우습기도 했지만...신뢰를 잃은 것 같아 맘이 좀 어수선 해졌다.
...........

오늘은 그때의 그 자상하시던 고모님의 모습이 그리워졌다.
이제는 이미 다른 곳에 계시지만....
그래서 늘 내 맘속에 계시기에.... 언제라도 이렇게 같이 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