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속에 봄날같은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람한점 일지 않는 하늘에 얼굴을 내맡기며 심호흡 크게
하니 따뜻한 햇살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직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유원지에 갔습니다.
계발이라는 물결이 이곳에도 들어와 트럭소리 시끄럽게
들리고 망치소리 크게 들려와도 햇볕에 반짝이는 강물은
아량곳 않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선바위 남이포에서 눈 돌려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끊어진 절벽사이로 작은 언덕베기 이어지고 드문드문 집들이
있습니다.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 여기저기 자랐던 곡식 흔적이
남아있고 뽑다 만 새파래진 배추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괴로운듯
옆으로 누워있습니다.
지난 수해로 남이포 모양도 조금 변했습니다.
강 가득 흘러가던 물은
이 곳에 끌고가던 무거운 모래 내려놓고 갔습니다.
새로 생긴 모래톱에 외로운 왜가리 한마리 혼자 거닐더니
주말이라 친구찾아 갔는지 허전한 발자욱만 남아 있습니다.
전설안고 마주 선 절벽은
붉은빛 담쟁이 나풀거리며 나날이 옷갈아입더니
절벽도 나무처럼 겨울바위되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태고의 모습입니다.
말라버린 풀사이에
벌거벗은 겨울나무 따뜻한 햇님에 두 손 들어
환영하며 서 있는것 같습니다.
벗어버린 절벽과 나무들을 바라보니
제 자신도 벌거숭이 된 듯합니다.
자연그대로.....
하얀 연기가 납니다.
논둑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저기 강둑에도 피어오르고
언덕베기 밭둑에도 하얀 구름되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을걷이 끝나감을 연기가 알려주는 듯 합니다.
저 연기 그치면 산골들판은 황량함이 채워질것이고
적막감에 빠져들것입니다.
먼 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맡으러 노력해봅니다.
자연이 타는 냄새는 어디서 나던 눈감고 있으면 잠시나마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어릴적 추수가 끝나고 맡은 그 냄새처럼......
지난 수해때도 강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강둑을 다니며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을 걷어도 걷어도
줄어들지 않았고 모래더미에 묻힌 검은 비닐은 헤집어도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인원들이 연일 강둑으로 밭으로 비닐을 찾으러
나섰고 너덜거리며 나부끼던 하얗고 검은 비닐들이
강둑 가득히 쌓여갔습니다.
시커먼 연기 하늘로 오르면서
산골 사람들 기쁨도 희망도 함께 가져가버렸습니다.
복구 된 강둑과 다시 경지정리된 들판에서
내년에는 밀레의 만종처럼 감사의 기도가 들려오고
자연의 냄새만이 피어오르길 소원합니다.
아침마다 산아래 낡은집에서 모락모락 한줄기 연기가
산등성이로 피어 올라갑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그 연기는 쉬지도 않습니다.
등 구부러진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위해서 군불을 지피면서
올리는 사랑의 연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