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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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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다시 불질러보자구요, 네?^^


BY 얀~ 2002-11-22

얀~이의 방입니다.(클릭하세요^^*)
(대전 mbc 라디오에 사연 방송됐습니다.)


날씨만큼이나 남편의 마음이 춥다는 걸 알면서
어젠 가출을 했어요.
일산에 사시는 막내누이의 손폰을 받더니
안색이 좋지 않더라구요.
얘긴즉,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대요.
잔금을 준비 못해 연체료를 물게 되었다고
연체료가 워낙에 비싸 돈좀 빌려달라는 말이였지요.
남편이 "난 왜이리 잘나가는 형제가 없냐, 하나같이"라고 푸념을 하더군요.
"낸들 알아, 당신의 복이 그런가 보네 뭐"
착한 남편이 그냥 지나가지 않을거라고 생각이 들자
제 머리가 복잡해 지더라구요.
"그럼 내 팔자는?"
한여름 땀에 찌들고,
가족과도 보내지 못하고
고생하며 번돈이라고 알뜰하게 모은 돈과
이리저리 맞추고 빌려서 해주었어요.
에어컨 설치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나싶어 10월 1일부터 따라다녔어요.
작업현장으로 이동하며 라디오 방송을 듣게되는데요.
오늘은 `가을 실종신고 내야겠어요`란 내용을 듣고
"맞어, 첫눈도 넘 일찍 기습공격을 하더니"라고 맞장구도 쳤어요.
오늘 작업은 청주시 용암동 원룸이었어요.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날씨가 요상했어요.
비가오다 눈이오다 햇볕이 들다
점심을 늦춰가며 설치를 했어요.
"청주라서 청주해장국으로 점심 먹을줄 알았더니, 일 다 끝내고 먹으면 랍스터 사주나?"
"랍스터?"
"가재요리 말야, 한번도 못 먹어봤는데"
"기다려봐, 한가해지면 계곡에서 가제 잡아다 줄게"
"뭐야, 그런 가재가 아니라 바닷가재말야~"

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척산에서 문의를 거쳐 대청댐으로 드라이브를 시켜준다고 하더군요.
가다 만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면서요.
비가 몇 방울 떨어지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한울타리란 가든이 보였어요.
고풍스럽고 황태해장국이란 메뉴가 맘에 들었어요.
창가에 앉자마자 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예요.
먼산에는 진갈색의 단풍이
앞쪽엔 단풍나무잎이 핏물빛이었고요.
하얀 눈과 만나니
가을과 겨울을 한꺼번에 보는 듯 했지요.
일한 뒤에 먹게되는 한끼의 점심,
한폭의 그림같은 경치를 보며 먹으니
단촐한 밥상이었지만 행복했어요.

속상해서 어젠 가출하여 산에 다녀왔어요.
오솔길을 오래도록 걸으니 발에 통증을 느낄때쯤
마음이 잡히더라구요.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잘 견뎌야겠다 싶더라구요.

"여보, 분홍빛 콩깍지는 벗겨졌지만 다시 콩깍지 써야겠어.
붉은빛 콩깍지로 말이야.
사랑하며 잘 견뎌보자구요.
결혼생활 10년이 넘으니 날씨처럼 쌀쌀한데요.
킥킥, 따뜻하게 다시 불질러보자구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