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진 문을 열고 몸을 디미는것은 그이였읍니다.
그이는 현관에서 나는 거실에서 아무말없이 서로를 마주봅니다.
보지못하던 가디건을 걸치고 있고 신발도 못 보던것입니다.
그냥 바라만 보는내게 그이는 묻습니다.
" 나...들어가도 돼? "
" 마음대로 해 "
반가움보다 웬일인지 담담합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그립고 보고팠던 남편인데.
가슴에 아무런 느낌이 없읍니다.
거실 한가운데 앉은 그이는 웬일인지 풀이죽어 보입니다.
힐끗 내 눈치를 보는것도 같습니다.
" 밥이나 먹고 다니는거야? "
" 응. 먹었어 "
그리고는 또다시 흐르는 적막감.
난 하던일을 합니다.
빨래를 개고 이리저리 어지러져있는것을 치우고
주방으로 가서 밀린설겆이와 아이의 저녁준비.
조용하기에 살짝 거실을 바라보니
그이는 한쪽에 누워 잠을 잡니다.
왜그리 그이가 처량하고 불쌍해 보이던지요.
벼개조차 베지않고 이불도 끝자락만을 덮고 잠이들어 있었읍니다.
보일러의 온도를 올려주고 살그머니 이불을 어깨위까지 덮어줍니다.
움찔 하는듯 싶더니 다시 옅은 코를 곱니다.
잠이든 그이는 눈에띄게 말라있었읍니다.
삼십육인찌의 배 둘레도 많이 들어가 있었고
굽은 어깨는 더욱 작아져서는 바라보는 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바보, 멍청이...
마음속으로 나는 그이를 질책합니다.
어느만큼을 잠들었던 사람이 부시시 일어나서는 현관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 가려고? "
" 응, 가야지 "
" ..... 밥이나 먹고 가 "
" 아냐 배불러 "
" 지금 밥 앉혔어 나도 한술 먹어야돼 "
엉거주춤... 그이는 다시 거실에 앉습니다.
그이가 떠난뒤로 반찬같은 반찬을 만들어 먹지 않았었읍니다.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인스탄드 식품이나 준비해 두었었고
그저 김치쪼가리로 대충때웠었으니 반찬이 있을리 없읍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생선이 있읍니다.
서둘러 생선을 튀기고 대충있는 밑반찬으로 상을 차려오니
그이는 소복히 담아온 밥 한그릇을 뚝닥 해 치웁니다.
배 부르다는 아까의 말은 거짖이었읍니다.
바보, 드응신... 끼니도 못때우고 다니냐?
마음속으로 또 난 그이의 욕을 합니다.
출근을 서두르는 내게 그이는 태워다 준다고 합니다.
아이를 통해 내가 식당에 나간다는것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어차피 그이도 자기집에를 갈것이고 나 역시도 출근을 해야하니
함께 대문밖을 나섭니다.
식당앞.
서로 아무말이 없읍니다.
내가먼저 내리고 뒤한번 돌아보지 않은채 난 식당문을 엽니다.
느낍니다.
조금씩 그이는 돌아오고 있다는것을요.
결코 나를 지울수 없다는것을요.
기다림을... 내 생의 한부분으로 알고 보듬고 살겠읍니다.
이젠, 미련한 사랑을 그만 쓰겠읍니다.
많이 힘들었고 많은 눈물도 흘렸었는데 그만 접어야겠읍니다.
남편과는 오월달부터 사이가 멀어져갔고.
급기야는 지금 별거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짐작하신분들도 있겠지만...
코스모스입니다.
너무도 잘 사는 모습만을 보여왓었기에 차마 나를 들어내지 못했었읍니다.
잡초라는 이름을 쓴것은 남편에게 숨기기 위함입니다.
내 글들을 자주 보았던 사람인데 좋지않은 우리부부사이 들어내는것을
남편은 원치 않을 것입니다.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남편이 내게 돌아오기가 쉬울거 같아
지금은 전혀 글을 안쓰는척 합니다.
혼자서 삭이기에 너무 버거워 간간히 이곳에 털어놓았읍니다.
제 얘기에 귀 귀울여 주신분들...
그리고 냉정한 조언을 해 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을 얻을수 있었읍니다.
그리고
나를 숨기고 얘기를 하려하니 그것또한 힘 들더라구요.
코스모스03으로 기억은 해 주시되 당분간은 잡초로 알아주세요.
남편과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면 그때 다시 제이름 코스모스를 찾으렵니다.
그리고...
힘이들어 하소연 하고플때 이곳에서 풀어놓겠읍니다.
가끔은 받아주시겠지요?
출근준비를 해야합니다.
하루온종일 하려고 했었는데 지금 손님이 별로 없다며 당분간은
지금처럼 저녁시간만 일해 달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