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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77 - [의견]초등생 괴롭히는 폐지수집


BY 닭호스 2001-06-25

아침 출근길에 종종 초등학생들이 폐지를 들고 낑낑대며 등교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자원을 재활용하는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인가보다 하고 지나치기엔 초등학생들의 어깨가 너무 무거운 것 같아 의견을 적는다.

자기 체중에 맞는 정도의 신문이나 폐지를 가지고 가면 좋을텐데, 고사리같은 초등학생의 손에 들린 폐지봉투는 몸집에 비해 커보이기 일쑤이다. 어떤 학생은 너무 많이 가지고 가려다 보니 뒤뚱거리기까지 해, 비라도 오는 날이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아버지·할머니 등 가족들이 자동차, 또는 운반용 기구에 폐지를 싣고 가는 경우도 보았다.

많은 폐지를 가지고 가는 학생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폐지 수집의 근본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폐지 수집의 취지는 살리면서 어린 학생에게는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제도나 방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박희태 38·회사원·서울 중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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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다보면...
실로 엄청난 빈도의 준비물 가져가기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준비성이 너무도 없어서 "팔다리가 몸에 붙어있으니 달고 다닌다" 라는 말을 허구헌날 듣고 다니는 나에게 있어서 그 준비물 챙기기라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더랬다..

하지만...
부모님의 도장을 받은 성적표와 같이 잊어버리지 않고 있어도 갖고 가지 못하는 준비물이 있음은 어린 학생의 등교길에 실로 엄청난 부담과 공포를 자아낸다.

그런 나에게 또 한가지.. 잊지 않았으되 가져가지 못하는 준비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채변 봉투다..

나는 채변 봉투의 공포에서 한번도 해방되지 못하고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2년을 보내었다...

오빠가 국민학교 1학년때 변을 채취하지 못하여 고민에 빠지자 할아버지는 어린 오빠를 데리고 어디 공중변소에 가서 변기속으로 기다란 작대기를 넣어 쥐꼬리만큼의 출처를 알길이 없는 변을 채취하여 어린 오빠 손에 들려 학교로 보내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며칠 후..
검사결과 그 변에서 나온 실로 방대한 종류의 벌레들을 다 없애라는 선생님의 지시하에 오빠가 학교에서 회충약을 받아온 사실을 두고보자면... 채변봉투로 기인한 일시적 변비는 가문의 특성인 듯도 하다...


나는 한번도 채변봉투를 들고 온 날부터 사흘안에 변을 채취하는 쾌거를 이룩하지 못한채...

온 식구를 다 신경성 일시적 변비증상에 시달리게 만들었으며..

그 이후...나는 고등학교 2학년에 이르기까지
많이 가져온 친구것 조금 얻기..
마려운 친구, 화장실에 따라가서 억지로 누이게 하고조금 얻어내기..
등등의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으며..또 출처가 정확치 않은 변을 가져간 날에는 검사결과 선생님으로부터의 수많은 기생충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지나 않을까 불안과 초조에 떨어야 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채변봉투가 나뉘어진 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그로 인해.. 채변봉투의 존재자체가 삶에 대한 회의로 곧장 이어지던 여고시절의 절정을 달리던 그 슬픈 봄날...

선생님은..
"이제.. 내년부터는 채변 봉투가 아마 없어질거다.. 우리 나라도 이제 회충이 거의 없어진 나라가 되었으니..어때? 기쁜 소식이지?"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무쓴 말씀이세요? 저희는 이제 일년밖에 안남았는데요.. 내년에 국민학교 1학년 들어오는 애들은 채변봉투에서 완전 해방이라니요?"
하고 항의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렇게 채변봉투가 사라지고 책가방보다 더 무거운 도시락 가방도 사라진 우리 아이들의 등교길에..
어린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붉게 자욱지이는 무거운 잡지책들이 들리고.. 신문지들이 들리는 것은 참 안타깝다..

하지만..며칠전...
나는 아주아주 더운 여름의 오후.. 초등학교 앞으로 지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 학교 앞에서 나는 한 초등학생의 손에 들린 얼음과자 빠빠오를 보았다... 폐지 수집이 아이들의 등교길을 지키고... 내가 즐겨먹던 그 얼린 빠빠오가 아이들의 하교길을 지키고 있다니...어쨌든 참으로 돌아가고픈 시절이다...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