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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속의 작은 세상


BY 저녁노을 2002-10-28


목욕탕 속의 작은 세상

             ♣목욕탕 속의 작은 세상♣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11층 베란다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쌩쌩 겨울로 달려가고 있는 기분이다. 너무도 오랜만에 간 산행 이어서인지 다리가 모이고 아파서 움직이기 싫어져 오전 내내 뒹굴다 할 수 없이 아이들 데리고 대중탕에 갔다. 그 속엔 작은 삶들이 가득하였다. <작은 이야기 하나> 몸은 천근 만근 남편의 외출로 할 수 없이 아들녀석까지 여탕에 데려갔다. 일 학년이면서 엄마 따라 여탕에 가는 녀석은 부끄러움도 없다. 누나가 있어 심심하지 않고, 엄마가 있어 더 좋다는 말을 하는 녀석 대충 비누로 몸을 씻고 온탕에 몸을 당구고 있는데 아들 녀석 아기처럼 안기며 "엄마!~" "왜?" "난 엄마 찌찌가 좋다!" "야 다 큰 녀석이 간 지러!" "싫어 만질래!" "참나, 아들 왜 찌찌가 좋아?" "엄마니까.." 아직도 잠자리에 들면 파고들어 내 품속에서 곤히 잠들곤 하는 아들녀석 얼마나 예뻐던지요... 엄마, 어머니, .... 아무리 불러도 정겨운 단어 아닌가요? <작은 이야기 2> 한참 아이들 씻기고 있는데 옆에 앉는 아줌마를 보니 중학생부터 초등학생, 막내까지 해서 딸3명에 아들 하나 대부대를 데리고 들어왔다. '와! 아이들이 넷? 키우기 얼마나 어려울까? 난 둘인데도 떡을 치는데...' '아들 낳으려고 딸을 셋 놓고 막내아들을 얻었나 보다' 사실 누구에겐가 들은 말 "여자의 적은 여자이다"라는.. 딸을 낳고 아들 낳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편보다 아내가 더 원하고, 시아버지 보다 시어머님이 더 원한다고 한다. 옆에서 보기 힘겨울 정도로 넷을 가분히 씻기고 나가는 걸 보니 여자! 대단한 어머니를 보았다. <작은 이야기 3> 아직 젊어 보이는 삼십대 초반쯤 될까? 세 살 난 아들을 데리고 오면서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왔다. 몸만 겨우 가누는 할머니는 가만히 앉아만 있었고, 쓱싹 쓱싹 젊은 여자의 손길은 부드럽기만 하였다. 다 씻고 난 뒤 할머니께서 온탕에 들어가시고 싶은지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들어가시긴 하였는데 기운이 없어 옮겨 앉는다는 게 그만 물의 부력에 의해 스르르 가라앉아 버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란 난 뛰어가 할머니를 바로 앉히며 "할머니 양팔을 가장자리에 올리세요" "아니우! 나 나갈라우" "할머니 제 손 잡으세요"하며 손자며느리의 따스한 손이 다가서더군요. "제가 할게요. 고마워요" "아니어요" 가만히 앉은 모습의 하늘나라에 계신 저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잔잔한 미소, 검게 핀 검버섯, 기운 없이 앉으신 모습, 손자며느리의 손잡으며 나가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혼자 눈시울을 적셔 버렸다. "엄마 왜 울어?" "응 아니야. 비눗물이 들어가서 그래.." 얼른 눈물을 닦아 버렸지만 뭔지 모르게 가슴 가득 다가오는 그리움에 어쩔 수 없이 흘린 눈물이 되어 버렸다. 그래, 내 엄마의 모습이기 이전에 먼 훗날 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작은 이야기 4>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 속에서 한시간을 있다 보니 서서히 기운 빠지고 하기 싫은 마음이 생겨 "딸아! 저기 때 밀고 있는 아줌마 보이지?" "네" "가서 어린이는 얼마인지 한번 물어봐" 금방 달려오면서 "엄마, 어른은 만원이고, 아이들은 6천원이래요" "그래? 생각 보다 비싸다." "너무 비싸요" "할 수 없다. 앉아라 딸아 엄마가 하지 뭐 그냥" 내가 태어나 딱 한번 내 몸을 맡긴 건 우리 딸아이를 가졌을 때 낳을 날을 며칠 앞두고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할 시기 그 때 뿐이었다. 할 수 없이 그렇게 하긴 하였지만, 아직 남의 손 빌려서 아이를 씻길만한 기력 떨어지지 않았기에 그냥 앉혀놓고 때를 밀어 주었다. 난 여기서 때를 미는 사람도 안마와 미용기술도 배워야 하는 떳떳한 하나의 직업인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몸의 때를 밀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오이 팩, 전신 안마, 지압, 우유 맛사지 까지 하는 걸보고 쉽지 않은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 열다섯에서 스무명정도 받아서 하며 바쁜 주말, 휴일에는 점심 먹을 여가도 없이 일을 한다고 했다. 나도 기운 떨어지는 나이가 되면 가만히 누워 있다가 오는 목욕 언제쯤 해 보려나? 아직 젊은 엄마들, 그리고 서민들도 목욕 값 보다 더 비싼 때를 밀고 나올까? 내 몸 아직 건강하고, 우리 아이들 내 몸 같이 사랑하기에 내 손으로 쓱싹쓱싹 밀어주고 맛있는 것 하나 더 사주고 싶은 마음 생기지 않을까? 나만 그런가? 후후!~~~ ==http://column.daum.net/hskim4217== 음악/Can't Help Falling In Love/Elvis Pres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