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밖의 앞산은 마치 갓난아이
젓살 오르듯이 푸르름이 어느새 부풀어 올랐다.
녹색 퍼즐 게임이라도 하듯,
앙상한 가지뿐이였던 산은
이미 퍼즐 게임이라도 마친듯
푸르름이 성큼 다가와 나를 유혹한다. 흠~~
그러고보니 이게으른 아줌마는 이곳을 이사온지
일년이 다 되어가도록 작년 가을에 한번 저산을 가보고는
그뒤로는 가보질 않았음을 알고 작은 산행을 결심한다.
"얘들아 ..우리 앞산에 가볼까?"
아이들은 엄마의 모처럼의 제안에 물어볼것도 없이
대찬성.
츄리닝바지에 운동화신고 얼음물 한병가지고
두딸만 데리고 천천히 산을 올랐다.
연록색의 물오른 산...
정말 아름다웠다.
"어머..제비꽃좀 봐라"
보랏빛 제비꽃은 평평한 작은 오솔길 같은곳에
자기네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었다.
아이들도 예쁘다며 우리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작은 제비꽃옆에 둘러 앉았다.
난 예쁜 막내딸 머리에 보랏빛꽃을
머리에 무수히 꽂아주었다.
"우~~예쁜데~~넘예쁘당 그치? 혜련아."
"에이 꽃을 꺾으면 안돼지엄마."
(이런..얘기가 그렇게되나? 음~~~~)
"너 그거 모르는구나.."
"뭐를?"
"음~~ 주민등록증 있는사람은 괜찮다는거."
"피..그런게 어딨어 엄마."그러며 피식 웃는다.
(자식 ..골탕좀 먹여볼까?)
심술끼가 발동한 못말리는 이 엄마..
"얌마..너 어른들보고 꽃꺾지 말라는소리 들어봤어?"
"음....글쎄 못 들어본것 같은데."
"거봐..애들보고 꽃꺾지 말라고 하지 어른들한테
꽃꺾지말란 소리 안하는게 왜그런지 알아. 바로
주민등록증이 있기때문이지.." (ㅋㅋㅋ)
딸아이의 표정을 보니 약간의 동요와 의심의 눈빛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순진한 녀석)ㅎㅎ
조금더 산길을 걸으니 길가옆에
키작은 아카시아나무가 있었다.
"우리 아카시아잎 따기게임 할까?"
"그게 뭐야? 어떻게 하는건데?"
게임이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한 모양이다.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이 잎을 하나씩 따면서
내기하는거지..
"와 그래 재밌겠다."
아이들은 이런 놀이도 있나하는 놀란 표정이다.
(세대차이의 놀이문화..음~ 뭔가 보여줘야징)
"무슨내기할까?"
"진사람이 노래하기하자 엄마."
"구래.."의기양양하게 게임진입..
몇번의 가위바위보의 외침과 거듭되는
환호와 비명으로 딸아이의 한판승!
"엄마가 졌으니까 빨리 노래해.."
"에이..이길수 있었는데 ..흠 !! 알았어.."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곤
딸아이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모습으로
나의 엽기적인 노래와 춤이 시작되었다. ㅋㅋ
오고가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곤 목을 가다듬고
하이 소프라노로 노래를 시작했다.
~~어젯밤에도~울었네~휘바람~휘바람~~
북한소녀의 손놀림과 함께 막내딸 머리위에 꽂아놓은
제비꽃 하나빼서 귀옆에 꽂고..(가히 엽기 아닌가
싶다,ㅋㅋ)
소심한 딸아이는 엄마의 엽기행각을 보고
놀란표정으로 앞뒤를 둘러보며
"엄마 하지마..누가 보겠다.그만해"
(보긴 누가봐임마 사람없는거 다보고 하는건데..ㅋㅋ)
"보면 어때? 휘휘호호~~휘휘호호~~
아이들의 육탄공세에 나의 엽기행각은
아쉽게도 그만 그쳐야만했다.^^
불후의 명곡을 다 마치지못한 아쉬움을
다시 팔대맞기게임으로 아카시아잎을 따며
사정없이 복수하며 우리의 모녀는
그렇게 산속에서 외마디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아름다운 봄이여 ....
아카시아나무의 추억을 가슴에 묻고
어린 딸아이들과의 작은 산나들이..
너희들이 아주 많이 자라면 그땐
엄마의 아카시아향기같은 추억들..
얘기하면서 산길을 걸을날 있겠지?
그때도 나의 엽기적인 불후의 명곡을 선보일려면
많은 춤과노래를 연마 하고 있어야 돼겠는데...ㅎㅎ
휘휘호호~~~휘휘호호~~휘휘호호호..^^
- 어느봄날 아이들과 앞동산을 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