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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가을


BY 저녁노을 2002-10-18

 
  노을지는 가을 
    노을지는 가을밤 안타까운 마음 10월 중순을 넘어서니 퇴근시간 6시가 되면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는다. 출발할 때부터 안개 등을 켜야하는 저녁이 찾아오면 왠지 마음 허전해 지는 서러움에 빠져들곤 한다. 한낮의 햇살이 그리워 창가로 다가서고 갑자기 더욱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며 열심히 사무실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퇴근 무렵이면 찾아오는 허무함... 조금 가까이 있다면 금방 도착해 저녁밥 준비하고 있을 걸... 하루 세시간을 차안에서 보내고 있지만, 가을이 익어 가는 소리를 귀로 눈으로 느끼며 가슴속에 담고 다니건만... 이젠 가을의 모습도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오손도손 이야기꽃 피우며 절반쯤 왔을 때 "어!~~ 저 큰일났네." "왜요?" "저거 트랙트 타작하고 벼 포대가 하나 떨어졌어요" "어디, 어디요?" "저기 중앙선 근처에..." "어쩌나!~ " 트랙트에 싣고 가다가 우회전을 하면서 원심력에 의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싣고 가던 벼 포대 하나를 떨어뜨려 놓고는 그것도 모른 채 앞서가고 있었다. 옆 차선에서는 차가 계속 오고 있고, 추월하라고 뒤에서는 빵빵거리고... "어! 어쩌지? 말을 하고 가야 하는데.." 마음씨 고운 카풀 팀의 운전자는 연신 소리내며 크락션을 눌려 대었으나 그래도 알지 못하고 계속 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냥 추월 해 차를 세우려 하였으나, 좁은 도로에서 설 수도 없는 상황 "할 수 없다. 그냥 가야겠네..." "집에 가서 포대 하나 없어진 것 알면 서운하겠어요" "쌀 찧으면 20kg 한 포는 더 나올 건데.." "아깝다.." 봄에 씨앗 뿌려 모판 만들고, 이양기로 심고, 물주고, 비료 주고, 거름 주어 여름 내내 가꾸어 황금 벼이삭 콤바인으로 타작하여 집으로 가는 길에 잃어버리고 가니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일 것 같은 기분... 농수산물 수입 개방으로 그렇지 않아도 멍이 든 농민의 마음 조그마한 실수로 그 실음 더 할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 더 아려 온다. 창고 가득 채워 두어도 정부의 매상도 다 받아 주지 않고, 쌀을 찧어서 팔아도 제 값 받기는 어렵기에... 언제쯤 환한 웃음 지으며 신명나는 농부의 마음 가지게 될까요? 내 욕심만 차리지 않는 앞을 내다보는 정책들을 내 놓았으면 하는 나의 자그마한 희망 가져 보면서 오늘도 늦은 퇴근을 하였다. 하지만, 기다려 주는 남편과 귀여운 딸, 아들이 있기에 난 행복한 미소를 띄워 본다네... 모든 것 마음먹기 나름이란 걸 깨달아 보면서, 날 따라오는 저 밝은 달의 희망을 안으며...
 
=가을속으로의 초대 ch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