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게 포켓몬스터 만화를 보고 있는 귀여운 나의 막내아들을
뒤로 하고 난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내가 컴퓨터 앞에 앉은 지도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간다.
10년동안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난 남편과 아이들만을 위해서
아니 가끔은 시부모님들을 위해서 살아왔었다.
그런 내가 컴퓨터를 들여놓고 인터넷이라는 것과 첫대면을
하면서부터 내 의식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보다 넓은 세상을 알고자 시작했던 인터넷이 지금 나의 생활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내 생활이 위기에 몰릴 정도로 내가 인터넷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을 싫어하는 남편이었기에..
옆으로 다가와서 내 얼굴에 마구 뽀뽀를 해대는 막내 아들에게
나 또한 사랑한다고 뽀뽀를 해주고 있는 지금 이런 풍경을
어쩌면 다시는 가져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내 아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억지로 다시 제자리로 가게 하는 엄마에게 막내 아들은 " 씨..
엄마 미워" 하면서 잠시 잠깐 나에게 눈을 흘긴다.
그것마저도 이쁘게 보이는 것은 내 아들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다시는 못볼 것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변 정리를 하면서 지난 10년동안의 내 결혼생활을 회상하지만
그런다고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언제까지고 행복하게 살줄만 알았던 내 결혼생활이 이렇게
끝날줄 미처 생각지 못했다. 홀가분하다고 스스로 느끼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내 스스로 나는 홀가분하다..
이제부턴 자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아니 이렇게 믿고 싶다.
그러면 좀 위안이 될까 싶어서..이제부턴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여태까지 난 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런 여자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것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었기에.
나도 할 줄 아는게 분명 있으리라..밥하고 설겆이하고 빨래하고
뭐 그런것 말고 나도 내 이름을 걸고 할 줄 아는게 있을꺼란
생각이 들면 좀 위안도 되고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분명 있을꺼란 확신을 가져본다.
혼자서 놀고 있는 막내아들에게 가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어려서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막내아들에게 이젠
서서히 정을 떼는 방법을 길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거 하나만은 꼭 기억에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건 내 이기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