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이야기
청소1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 끝에 우울해진 기분도 전환할 겸 화장실 정리를 시작했다.
어느 책에선가 본 구절이 생각나서
"욕실은 부부 사이의 애정을 관장하는 곳이니 늘 때가 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나 결혼 안 한 내 친구가 들었다면
"그건 다 청소시켜 먹으려는 수작이야."라고 말했겠지만
갑자기 구석구석 낀 곰팡이와 먼지,
잡다한 물건들이 마치 부부싸움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무섭게 밖으로 던져졌다.
이렇게 버릴 것들을 쌓아두고 살았다니
벽이며 바닥이며 락스에 세제를 섞어 뿌려대고,
또 거듭거듭 닦아내며 그 동안의 게으름에 싸움을 걸었다.
오래도록 욕실을 점거하고 있던 찌든 때들은
쉽사리 자신의 아지트를 내주기를 거부하여 다섯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전쟁은 겨우 끝이 났다.
그리곤 다시 핑크색으로 꾸미는 게 좋다는 말이 기억이 나서
곧장 시장으로 백화점으로 달려가 핑크색 타월이랑 조화를 샀다.
참 이렇게 해서라도 부부 사이를 당겨야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순간 그런 모든 행동들이 치사하게 느껴져 씁쓸한 웃음이 났다.
그렇지만 반짝반짝 윤이 나는 욕실을 보는 것은 어떤 이유를 밀치고라도 기분 좋은 결과였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날 오후 남편으로부터 화해의 메일이 날아왔고,
머리속엔 제일 먼저 욕실이 떠올랐다.
'그래 왜 때 끼우고 살아.
부부 사이에 끼인 때도 그때그때 씻어내야지
오래두면 청소도 오래 걸린다니까.'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글이 실린 칼럼을 소개 합니다.
많이 보시고 비와 함께 동심에 젖어보심이 어떠실런지.
혼자보기 아까운 아이들글
http://column.daum.net/nie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