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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을날엔...


BY 쟈스민 2002-10-04

가을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아프고, 또 때로는 눈물이 날 것도 같다.

코끝 찡한 감동의 물결로 넘나드는 저 머나먼 고향을 만나기라도 한듯
가을은 사람을 한없이 감상적으로 만든다.

가을은 ...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계절인가보다.

괜히 거울 한번 더 보게 되고 입을 옷이 변변치 않다며 옷장앞에서 서성거리는 여자는
정신없이 바쁜 아침시간에도 가을 분위기 내기에 바쁘다.

가을엔 ...
연한 갈색으로 눈매를 깊이 있게 물들이고 싶다.

줄무늬 실크블라우스와, 카멜베이지의 긴 쎄무스커트...
그리고 초콜렛색깔 니트조끼를 받쳐 입으니
두리뭉실한 몸매가 아주 많이 감추어진 듯 하여 만족스러운 날!!
아침부터 내내 가을여자가 된 기분이다.

가을은...
초라한 내 뒷모습 다시 돌아보게 되고 왠지 다시 태어나고 싶은 계절!!

아마도 나는 남자같은 구석이 많은 여자인걸까?
유난히도 가을을 탄다.

십오년전쯤에 한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분을 만나
따끈하게 점심 한 그릇을 나눈다.

꿈 많은 20대의 그 많은 방황의 시절에 만났던 아름다운 인연!!

지금은 그분도 나도 각자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인연으로 남았던 것인지 최근에 이곳으로 전근오신 그 분을 다시 만날수가 있어서
모처럼 옛추억에 젖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세월의 빠름앞에 이제는 어엿한 아줌마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컬컬한 목소리로 풀어내도 좋을 그런 만남은
그저 편안해서 좋다.

십오년이란 세월이 앞에 놓여져 있어도
마음만은 아직도 그 시절의 나와 별로 달라진것이 없어서인지
나는 마냥 들뜨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반가워할 수가 있으니
좋은 인연이란 역시 오랜 세월이 흐르고서도 변함이 없는가 보다.

이런 가을날엔 ...
나를 기억하는 이들을 모두다 한번씩 만나보고 싶은 계절이다.

왠지 그립고, 마주보면 좋을 것 같은 계절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에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그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런 마음이 드는 계절이다.

여자 ... 남자 ...그런 성별을 떠나서
자신의 속내를 솔직 담백하게 나누며 살아갈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일탈을 꿈꾸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생활속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는듯 하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는 나의 우스개 소리에
나이에 걸맞지 않는 귀여운 웃음과 함께
다음에 만나면 알려 준다며 돌아서는 뒷모습에서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르고서도 다시 만났을 때
여전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이 가을은 남다른 행복감을 내게 줄것만 같다.

언제 기회가 되면 조촐한 밥상이라도 차려서
그집 부부를 초대하여 사는 이야기 소탈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봐야지 ...

편안한 차림으로 슬리퍼 끌고서 놀러갈 수 있는
그런 이웃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늘 넉넉한 웃음과 마음씨로 여전히 변함없는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어떻게 피부관리를 했길래 주름 하나 없느냐는 그분의 빈말 몇마디에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오후를 맞고 있다.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만고만한 고민을 안겨주는 것이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엔
그런 현실적인 고민쯤은 모두다 잊게 된다.

이런 가을날엔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는 시간을 좀더 늘리고 싶다.

가을하늘 닮은 투명하고 맑은 가슴으로
순수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누며 가슴 따뜻해짐으로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

이런 가을날엔
맑게 겐 가을하늘에 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