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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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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을 닮은 오늘의 하늘.


BY 雪里 2002-09-15

"집에서 먹어요!"

저번 아버님 팔십번째 생신을 식당에서 치루고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게 생각나서
이번 어머님 생신은 직계만 모이니까
집에서 하자고 했더니 말씀은 안하셔도
아버님 얼굴에 좋은빛이 역력하셨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며칠전부터 나는,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맘으론 몇가지 음식들을
매일 만들며 생활하고 있었다.

몸이 예전 같질 않으니 미리 미리 준비 해얄텐데
뭘 간단히 해서 식구들에게 맛있게 먹고 가게 할까 싶어
생각으로만 만들어진 여러 가짓수의 음식들을
생략도 했다 추가도 했다하며
머릿속에서 생신 상차림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준비 된건 겨우 밑반찬 두어가지.
토요일 저녁에 모이기로 했으니
오전에 모든 음식 장만을 해야겠다 싶어
가까이 사는 시누에게 일찍 오라 이르니
큰 시누가 시장은 다 봐 올테니 송편 준비만 하란다.
추석에 쓸 송편을 미리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뒀다 쓸거라며
여럿 모였을때 만들자는 거였다.

일찍 와준 시누셋이랑 어머님이랑 나랑,
다섯의 여자들이 쟁반을 늘어놓고 앉으니
거실이 가득하다.

각자의 솜씨 자랑인양 만들어진 송편을 보며
흉도 많고 탈도 많다.
송편 솜씨가 그리 없으니 딸들이 이모양이라고
대전 시누는 어머님의 솜씨를 흉보고
그정도면 평균 외모는 된다고 나는 어머님을 위로한다.

내 송편은 똥글똥글,
어머님이랑 막내시누는 만두 닮은 넙적 송편,
가리비 조개 같은 송편을 빚은 세째 시누,
말끔하게 예쁜 송편을 만든 둘째 시누는
딸을 낳았으면 자기가 제일 예쁘게 낳았을거라며
다른 송편이랑 섞지도 못하게 따로 늘어 놓는다.

바닥 앉음에 서툰 나는,
겨우 몇개 주물거리고 불편해하니
만든 송편이나 쪄내라고 일으킨다.

찜솥에 솔잎을 깔고,
넙적송편을 제일 아래부터 놓고
예쁜 송편을 위로 올려 놓는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송편 만들며
솔잎향 잔뜩나는 송편 먹으며....

비워진 접시에 송편을 담아 들고 나오던 나는
잠깐동안 거실의 늘어진 풍경을 보며
보이진 않지만 뭔가가 마음속으로 꽉 차오르는
가슴 벅참을 느낀다.

늦은 점심에 도착한 큰 시누네.
바리바리 풀어 놓는 보따리에서
큰시누의 친정 생각하는 마음을 본다.

고모랑 같이온 큰 아들,
허리가 아파 직장까지 쉬고 있는 큰아들을 보니
소나기 구름 몰려오듯 금방 가슴이 답답하다.
외모가 나와 너무 닮아 태어났다 싶더니
허리 시원찮은 것까지 나를 닮은것 같아
너무나 속상한데, 불편한 걸음걸이로 다가서며
열심히 치료 받고 있으니 나을것 같다며 걱정 말란다.

걱정을 하지 말라해서 안 하는거라면 좀 좋을까?
나는 온종일을 몸으로 동동거리며
마음엔 온통 큰아들을 담고 있다.

월요일엔 내가 올라가서 담당의사를 만나보마며
엊저녁 시누차에 큰아들을 실려보내고
겨우겨우 움직이며 자리에 누웠다가
나 아픈건 다 잊혀지고 아들생각으로
얼마동안을 뒤척인것 같은데 창이 훤하다.

모두 편안 할 수는 없느거 겠지만
차라리 내가 더 아프고 말지,
아들 아픈 모습 보는건 정말 지옥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니,
구름 잔뜩 낀 하늘이 꼭 내마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