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이게 도대체 어째 된 기고??"
"헉~~ 나!! 난 아니다!! 나 진짜로 아니다!!"
양 손을 얼굴 위로 휙~ 올려서 두어번 가로 저었다
"그...그럼 누가 그랬단 말이고??"
남편은 닭쫓다가 제 성질에 못이겨서 불거질대로 불거진 칠면조얼굴을 하고 있었다.
"난 아니라니깐~~ 생사람 잡지 마라!!"
"너 밖에 차 탄 사람이 없는데 그럼 네 말고 누가 있노??"
"나만 타냐? 당신이 맨날 타잖아~"
"야~ 이사람아~~ 난 차 탈 때 내릴 때 앞뒤 다 보고 확인하는데 뭔 소리하노!"
"......(나 진짜 아닌데)"
남편이 애지중지하던 차 옆 문짝에 한 눈에도 드러나 보이는 한뼘 길이의 흠집이 나있다.
한군데도 아니고 세군데나...
분명 누가 긁은 것 같은데.. 난 아닌데 정말...
"에잇~~ 어째 너한테만 차를 주면 사고를 내냐? 몰라~ 차타고 가던지 말던지..."
"아니라니깐 난 어제 공원갔다가 피자집 갔다 와서 예쁘게 주차해놨는데"
남편은 단단히 화를 내더니 출근도 안시켜주고 휑~~ 혼자 걸어 가버렸다.
처음에는 멍하더니 차츰 시간이 지나자 억울하고 기막혀서 화가 났다..
내가 정말 안 긁었는데...그런데 왜 긁혔지??
혹시!!! 어제?? 엽이 막둥이~~~~~~~ 이놈!!!!!
옆에서 엄마 아빠 난리 부르스 지켜보던 아이들이 찔끔~ 움찔 한다.
어제 짚이던 사건!!
#사건 전날 pm8:30 피자집
"햐~~ 냠냠 엄마 피자 정말 맛있다! 매일 매일 먹었음 좋겠다!!"
"암튼 녀석들 촌스럽긴...피자 한판에 헤~하기는"
"아빤 언제와??"
"오늘 술마시고 늦데!! 기다리지 말래~"
"엄마~ 윽~ 더 이상 못 먹겠어! 엄마 다 먹어~"
"하이구~ 아깐 한판도 모자랄 것 같이 서로 욕심부리더니..."
아이들은 2조각 먹더니 도저히 못먹겠다며 피자집밖으로 뛰어 나갔다.
난 남은 피자 조각 버리기 아까워서 주섬주섬 먹으면서 <인어아가씨>를 봤다.
아이들은 피자집 아들이 타던 두발 자전거를 가지고 노는지 바깥에서 시끌 시끌했다.
"도형아 네가 밀어 어어어~~~~찍~~ 쾅~"
그럼 그 소리가 이거였단 말야!! 이럴 수가
" 혹시 엽아 너 어제 자전거 타다가??"
"...(끄덕 끄덕)"
"얌마!! 두발자전거를 왜 타? 타기를... 세발도 겨우 타면서.... 우리것도 아닌데"
이를 어쩌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을...아이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남편이 매일 출근시켜줬는데 이를 어쩌지 오늘 영락없이 지각이네
차를 몰고 간들...어디 주차할곳도 마땅찮은데...
이렇게 마음 안편하게 몰고 나가다가 사고 나면??
내 십년 넘은 운전 경력은 쌓일 수록 퇴화되어 가는 것 같다.
순전히 꽁~~한 남편때문이다.내가 소심해진것은
남편의 차사랑은 유별나고 극진하다. 사실 차만 그런게 아니다..생활이다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세심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순 염려주의다.
오죽하면 엽이 돌 무렵 걸음마 하면 넘어진다고 못 걷게 했을까..
내성격은 또 그 반대로 너무 덜렁거리고
차를 사랑한다고 해서 남편이 차에다 돈을 투자해 악세사리를 붙이고 치장하는 것도 아니다.
파리가 미끄러지도록 차를 깨끗하게 닦는 일을 하는 것 또한 아니다.
단지 제품 현상 그대로 유지할려는 욕구가 병적(ㅎㅎㅎ)으로 보일 정도로 강하다
결혼해서 오랫동안 타던 중고차를 폐차한 뒤 1년 넘게 뚜벅이 생활을 했다.
시댁 친정 어디에도 차 없이는 가기 힘들어 작년 소형차를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
난 중고차 남편은 새차 사자고 우기다가 남편말을 들어 주기로 했다..
"새차만 사줘봐라~~ 10년은 더 탄다~~"
차를 구입한 그날 부터 남편은 달력 한 귀퉁이에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8541
4865
7521
"저 숫자가 뭐야??"
"어~~~ 내 차 옆에 세워둔 차들..혹시나 긁혔으면~~~"
헉!! 켁!!
숨이 딱 막힐것 같았다. 뭐야!
며칠 저러다 말겠지. 나도 소중한 것 가지게 되면 처음에는 닦고 보고 품고 했으니깐...
하지만 남편은 <저러다 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차산 이후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집 달력에는 숫자가 빽빽히 적여 있으니깐...
그것 뿐만 아니다.
저녁 늦게 담배 핀다고 슬그머니 나가면 꼭 차 한번 둘러 보고 온다..
혹시 탈나지 않았는지 누가 술먹고 뺑소니 했을까 싶어 본다고 한다.
아파트 담벼락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올라 타려고 아이들과 내가 문을 열면 바로 고함소리가 뒤따른다.
"지금 문열때 담에 박았지?? 야~~ 흠집 났자나!! 조심좀 해라 조심!!"
".......(에구~~ 확~ 중고차를 한대 더 사서 몰고 다니던가 해야지)"
남편은 여지껏 자잘한 접촉사고 한번 내질 않아서 당연히 차는 손상되거나 아주 작은 흠집하나 없다.
그런데 내가 몇달전에 친정갔다가 엄마가 좁은 동네안 방앗간에 가자고 꼬셔서 미련하게 운전했다가
앞 범퍼를 조금 긁었다...
난 운전사고(?)뭉치로 낙인 찍혔다.
고작 그래봤자 5년전에 혼자 커브길 돌다 전봇대에 우리차 문짝 찌그러뜨린 것.
친정 아버지 트럭 몰다 남의 멀쩡히 서있는 오토바이 넘어뜨린것(남편은 모르는 일이다 3만원 합의봤다)
앞 범퍼 긁은 것 밖에 없는데도 남편의 완벽한 무사고에는 내가 사고주범으로 밖에 안느껴지나 보다.
뭐 얘기 들어보면 나의 그정도 사고는 아무것도 아니라 하던데....쩝
사실 남편의 완벽한 무사고경력에도 치명적 오류가 없지는 않다.
예전에 과음하고 차를 어디 놔둔지를 몰라서 잃어버렸다고 도난신고 내서 경찰서 들락 거린 적이 있었다.
건드리면 자폭할 만한 치명적 오류임에 틀림없다.
남편이 나한테 차사고뭉치라고 잔소리하면 나도 그 폭탄 터트려 위기 모면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되지....
아이들이 낸 차사고(?)를 내가 뒤집어써야 할 판인데...
그러자니 평생 남편의 귀 따갑게 덜렁이란 잔소리에 생각없이 행동한다는 인격모독까지 들어야 할 거고
아이들이 사고쳤다고 발뺌해봐도 새끼들 잘 안봤다고 구박할텐데...
남편의 집착하는 성격을 뜯어 고칠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것 참 답답해 미치겠다. 정말 별거 아니구만
어제 오늘 유난히 차범퍼 긁힌 자국, 문짝 찌그러 진 자국, 흠집난 자국으로 얼룩진 차들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다른 집 식구들은 저렇게 긁히고 상처나도 부부싸움 안나고 별일 없이 지나가는걸까..
누가 사고를 내도 낸 것일 건데....우리집만 시끄러운건가..
주위 아는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니 참 별일도 아닌일로 다 싸운다고 그런다.
내 속만 더 터진다. 나만 이렇게 산단 말이지....
아~~ 괴롭다... 누가 남편을 좀 말려 줬으면...
"(↘눈치↙)차 태워 줄거재?? 어제 지각했단 말야(조심조심)"
"몰라!! 타고 가던지 말던지~~난 이제 모른다! 이제 네가 알아 해라..얘들도 네가 알아서 하고"
"(기세 역전)그래?? 그렇단 말이지!! 조타!! 이제 내가 차 쓸께!! 쳇(맹랑 당당)"
남편은 그렇게 말하고도 소파에 앉아서 출근할 생각을 않는다
남편성격에 내가 차를 몰고 다니는건 불안해서 일도 손에 안잡히겠지?? 크크
엽이 도형이가 사고쳤다는걸 비밀에 부치기로 아그들과 약속했는데..지켜야겠지!!
당분간 이런 꿈을 꾸지는 않을런지
"비밀 결사조직 당원이름을 대~ 대란 말야~~"
"난 말 할 수 없다..(엽 도형 동무...난 당신이름을 지키겠소) 대한민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