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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사이트 찾기


BY rjvna2 2002-09-13


99년도 봄의 일이다. 486 컴을 버리고 팬티엄 컴을 들여 놓으니 속도감이나 화면의 선명도, 앙증 맞은 윈도우 아이콘 등등 여간 근사한게 아니다. 특히 클릭 한번 한 후 컵라면 하나 먹을 시간은 충분히 있다던 486에 비해 2,3초 만에 쌩쌩 소리를 내며 바뀌는 속도감에 기분이 날아 갈 것 같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친구한테 자랑도 할겸 전화를 했다.

- 있지, 새로 들여논 컴퓨터 죽여준다. 한번 와서 봐라.
- 그러냐? 내 한번 가서 보마...
근데, 뭐 부탁하나 할테니까 잘 찾아놔라.
- 뭔데?

이 친구는 그때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다.

- 포르노 싸이트 좀 찾아놔라. 나도 그런것들 구경 좀 해보자.
인터넷에 많태며?
- 포르노 싸이트? 하하하....왜, 실전에 필요하냐?
- 오냐, 내가 배워서 갈켜 줄 사람 딱 하나있다.
그니까 잘 찾아놔라.
- 알았어. 오기나 해라.

아직도 컴맹인 친구에게 실력도 자랑할겸 큰소리 치며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처럼 그리 쉬운게 아니었다. 나도 그때까지 포르노 싸이트란 말만 들었지 한번도 찾아보지도 않았고 보지도 못했다. 맛보기 스틸 사진은 몇개 봤지만 동영상으로는 한번도 못봤는데 우선 느려터진 486컴으로 동영상 본다는게 성질만 돋구는 일이요, 또 무슨무슨 보조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한다거나 하는데 실력도 딸리는대다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안들어서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포르노는 배우자가 없거나 한창 호기심으로 몸이 단 어린애들이나 보는 거지 원만한 부부 생활을 하는 보통의 아줌마, 아저씨들에게는 별 볼일 없는거라 생각했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거의 한시간을 검색창에 sex, 성, 포르노 등등 별별 검색어를 다 넣어 봤지만 화면에 뜨는 메세지는 '찾을 수 없읍니다', 'not found' 뿐이었다. 친구 올 시간은 점점 다 되어 가는데 찾아지진 않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다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 않될 것 같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 볼것인가가 또 고민이었다. 컴 초기부터 단골로 가르쳐 주던 사람이 있긴 하지만 남편 회사 부하 직원이라 처음부터 제쳐놓고.... 생각해보라, 김대리, 포르노 싸이트 하나만 알켜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친정 외사촌 동생은 군제대 후 한동안 컴 학원에서 강사 노릇을 할 정도로 실력이 있어 종종 자문을 구했는데 차마 그 동생한테도 물어 볼 수 없었다. 벌건 대낮에 이 누나가 뭔 헛소리야? 할 것 아닌가? 또 명절때 친척들 다 모인데서 ...누나가 어쩌고 저쩌고...하면 뭔 망신인가? 해서 얘도 안되겠고.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편의상 '그' 라고 하자. 그는 통신에서 알게되어 기르던 연하의 제비였는데 '원할한 인터넷 항해를 위한 기술자문위원'이란 감투를 강제로 씌워 놓고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수시로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가르쳐 줬는지라 이번에도 잘 알려 줄 것 같았다. 그래도 금방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새 컴 자랑만 하다가 아무 것도 아닌 척하며 슬쩍 물어봤다.

- 있지....
친구가 포르노 싸이트 보러 온댔는데 그거 어디가 좋아?
잘 아는데 있으면 주소 좀 알켜 줘라.(아구,쪽팔려라..)
- 우하하하.....하하하....
- 왜 웃어?
- 하하하....왜, 남편이 잘 안해줘요?
- 아니, 친구가......
- 친구 핑계는 왜대요?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하지 ..내숭은.......
- 아니, 그게 아니고 ....그게,
- 됐어요, 뭐 별일이라고 ...근데 그거 맨입으론 안되는데...
그리고 그런거 함부로 보면 안되는데.....

그 후로 내가 당한 수모는 일일이 옮길 수 없다. 어떻게 어염집의 음전한 마나님이 그런 흉칙한 걸 보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부터 시작하여, 소화를 못시킬텐대요, 공연히 남편만 괴롭히게 될텐대요,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바람들면 어케해요? .....온갖 말을 다 동원해서 날 약올릴대로 약 올린 후 선심쓰듯 주소 몇개를 알켜줬다.

첨부터 말꺼낸 내가 잘못이지...걔는 왜 이런걸 찾으라고 해서 남 쪽팔리게 하는거야 ...그리고 올 시간이 다 됐는데 .....

그러나, 그가 가르쳐 준대로 아무리 해도 안되는거였다. 시간은 자꾸 지나고 친구는 기다리고 있고.... 할 수 없이 그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다.

- 그러니까 평소에 쳇 고만하고 컴 공부 좀 하랬죠?

다시 능글대며 남의 속을 있는대로 다 뒤집으면서 주소를 잘 적으라느니,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하라느니, 뭐를 업그래이드 시키라느니 했으나 끙끙대며 그가 시키는 대로 다했는데도 그놈의 포르노 싸이트들이 어디 꽁꽁 숨었는지 하나도 안열리는 것이었다. 한 두어시간을 그렇게 보내다가 결국은 뭔가 우리 컴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포기하고 말았다.

- 도저히 안되겠다 포기하자.
- 방법이 하나 있긴한데...
- 뭔 방법 ?
- pc 방에서 만나요. 내가 화끈한거 찾아서 다 보여드릴테니까.
집의 컴하곤 또 다르지,
성능 좋고 속도 좋으니까 진짜 실감나 지...죽여줘요.
- 그래? 친구한테 물어볼께 ...
pc 방에 갈래? 거기서 보여준다는데....
- 뭐? pc방까지 가? 근데 그 남자하고 같이 본다는거야?
나 못해 .. 그런걸 어케 남자하고 같이 보냐?
것도 외간남자하고 ...난 못해 ...
- ????....!!!!...아이구, 차암 나.....+_+

- 친구가 싫대, 어케 남자하고 그런 걸 보냐고....
하긴 나도 미쳐 생각 못했지만 남자하고 보는 건 좀 그렇다.
남편하고도 여태 그런거 같이 못봤는데)

- 아줌마들이 내숭은 ....쯧쯧!

이렇게 해서 본의 아니게 졸지에 내숭떤 아줌마가 되어버린 나와 친구의 포르노 구경하기는 실패하고 말았고 기대에 부풀어 집에 놀러왔던 친구는 실망만 안고 돌아 갔으니 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몇달 후에 우연히 왜 그렇게 포르노 싸이트가 뜨지 않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새 컴을 남편 회사에서 단체 구입할때 개인도 신청해서 싸게 샀는데 집으로 배달되기 전, 포르노 싸이트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이었다. 납품하는 회사에서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는 서비스로 설치해줄테니까 신청하라고 해서 설치해 들여왔다는 것이었다. 그런걸 모르고 괜히 쪽팔리고, 고생만하고, 실력없다고 구박만 받고, 새컴 꾸졌다고 욕만했으니.....

그 후로 포르노를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고 굳이 보려면 방지프로그램을 삭제하면 되겠지만 아이들도 있고 해서 포기했으니, 어린애들도 다 봤다는 o 양의 비디오니 백양의 비디오니 하는 건 다 먼나라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