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큰 애가 자기 아프다고 말할 때...괜히 그러는 줄 알았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도 분명히 없었고...멀쩡히 잘 자고 일어나
엄마와 뒹글뒹글 구르며 놀았는데...아플 이유가 모란 말인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주섬주섬 외출 준비를 해서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한 것도...멀쩡한 애들 데리고 일요일마다
방구들을 지키는 것이 미안했던 까닭이다.
유치원에서 매주...주말 지낸 이야기 그리기를 하는데...
스케치북을 보니...우이 아이는 언제나 집 옆에 자기 혼자 서 있는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을 보고...내심 충격도 받고...미안하기도
해서...이래서는 안되겠다고...생각했던 참이다.
그러나..막상...공휴일이 되면...이제는...덥다는 이유 하나로 꼼짝도
안 하고...집에 박혀 있었다...겨울에는...춥다고..박혀 있고...봄에는
황사 때문에 공기 나쁘다고 박혀 있고...가을에는?? 생각도 안 난다.
하여간 뭔가 집 밖으로 꼼짝을 안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
사실...개구쟁이 두 녀석을 데리고 한 번 나간다는 일이 쉽지는 않다.
준비 한 번 하려도 그렇고...막상 데리고 나가도...두 놈 관리하기는
중노동 중의 중노둥이기도 하다.
하여간.........해지는 시간에...다시 정비를 잘 해 둔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웠다. 사람들도 많이 빠져 나가고, 해가 질 무렵이라 선선
하기도 해서...어린 애들을 데리고 돌아다니기에는 쾌적했다.
놀이터에서 큰 애가 순식간에 없어져서...깜짝 놀라 찾다보니...모르는 사람
이 사준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서 울고 있었다. 내가 작은애에게 잠시 신
경쓰는 사이에 그 새 어디로 길을 잃은 모양이였다.
아이를 잠시 보호한 사람이 미아방지 팔찌에 있는 내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하던 중에 아이를 찾아서 다행이였다. 미아방지 팔지 해 두기를 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두 녀석 목욕을 시키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재우려다 보니..
큰 녀석 이마가 불떵이다...얼른 서모스캔을 들고 체온을 재니...40도가 넘는다.
이번 감기가 고열이 특징인데......깜짝 놀라...방금 목욕을 시킨 아이를 다시 옷을
다 벗겨서 물에 담가두고...마침 집에 있던 해열제를 적당량 먹이고...잠을 재웠다.
그노무 의약분업 때문에...해열제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사니......
번거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나마 그 전에 쓰던 게 마침 남은게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잘 때는 39도 정도였는데...좀 전에 재보니...38도이다.
더 올라가지만 않으면 되겠다.
자식과 부모라는게...참 이상한 관계이다.
내 새끼에게는 이렇듯 살뜰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쓰이는 데...
부모에 대하여...고마움은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이런 살뜰하고 일방적이기조차
한 마음이 저절로 안생기는 것 보면...진짜...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소중한 내 아이...아침에는...열이 오르지 않아야 할텐데......
훗........내가 20대 시절부터 고생해서 여태 일구워 놓은 것들이...
지금 시점에서 백지가 되어 있는 것이 억울하다는 부모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엄마 말씀을 듣고 생각하니 그랬다...
37년의 세월.......내 손에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누구보다도 선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하지만...그 결과가 오늘인가??하고 생각하면.......그 열심이나 선함이...
내 인생에서 무슨 의미가 있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
나...........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
선함이 반드시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되는 것이 삶의 법칙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내 성향이 어쩔 수없이 그 선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난 아마도 생의 표피에 나타나는 물결의 어떠함에 관계없이....
여전히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것이...........이 여자가 사는 법이기 때문이다....
고슴도치 사랑........노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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