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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12 - 1000억대 황혼이혼訴 50억 받고 도장


BY 닭호스 2000-11-20

1,000억원대 황혼이혼 소송제기로 관심을 모았던 S그룹 회장의 부인 A(73)씨가 남편 B(76)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고 지난주 협의이혼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가정법원은 14일 A씨와 B회장간의 이혼 및 재산분할 조정신청에서 "A씨가 본인 소유의 S그룹 주식 수십만주와 임야 20필지를 남편에게 넘겨주는 대신 현금 50억원을 받고 이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B씨측 변호인인 황산성(黃山城)변호사는 "건강이 좋지않은 A씨가 조속한 이혼을 원했으며, B씨도 결국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월 "남편의 잦은 구타와 외도로 더 이상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1,000억원의 소송을 냈으며, B회장은 이후 사재를 털어 800억원대의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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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불거질 당시에는 깨를 한 말이나 볶던 신혼이라는 이유로 이혼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이 사건이 정작 일어났을 당시를 잘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얼마전 그 이혼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요즘 참 이혼이 잦다...
우리가 티부이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던 다정하던 김승우, 이미연 커플도 파경을 맞았고, 신랑을 너무나 좋아하는 듯 하던 이뿐 탤랜트 이아현씨도 이혼했다.. 또 그 얼마전에는 이응경씨가 오랫동안 끌어오던 이혼소송이 합의점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혼 소식의 뒤를 따르는 것은 서민의 입장에서는 듣기만 해도 숨이 "억"하고 넘어가는 억억하는 소리들이다.

이 그룹회장 부인은 평생 남편은 구타와 외도를 감수한 댓가로 50억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연씨는 이번 이혼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출연한 CF 제품 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기업들의 잇단 소송으로 20억의 배상 위기에 몰려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나의 상황은 어떠한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난해 가을 남편과 결혼하였다.. 남편은 직장의 특성상 여성 직장 동료들이 많다. 그 당시.. 눈에 콩깍지가 씌인 나에게는 남편이 더없이 선량한 사람으로 보였다...그래서 왜 허구많은 남편의 여성직장동료들이 그를 물어가지 않았는가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졌었다...그러면서...내심.
'어느 눈밝은 사람이 채어갔더라면 내 몫으로 남지도 않았을 사람인데.. 다행이야..'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일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이 모두 눈이 밝아서 남편을 안 채어간 것이었다. 게으르고 무심한 남편은 아무리 점수를 줄려고 해도 빵점짜리 남편에 빵점짜리 아빠다.(알고도 묵인했으니 그들도 남편이 벌인 일련의 사기행각에 일조를 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 짙어지던 어느날...나는 문득 이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후 그 생각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자 나는 남편을 불러다놓고 말했다.

"나는 10억만 모이면 달이를 데리고 너랑 이혼할 것이야.우하하"
그랬다...

그러자 남편이
"그럼 난 9억 9천 9백 9십 9만원만 집에 모이믄 그 때부터는 집돈을 다 써버려야지.."
그랬다.

그러고는 남편이 직장으로 가서 동료들에게 그말을 하자 그들은 마구 웃으며...
"넌 이혼당할 걱정 읍겠다. 니 주변머리로 무슨 그런 큰 돈을 벌겠냐?"
했다는 것이다..


친정엄마는 나만 보면 이혼타령이다. 그러던 엄마가 며칠전 50억을 받고 이혼한 그 할머니한테서 자극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플랜을 내게 제시하였다.

"야.. 니는 꿈도 크다. 일년빠이 안 살았는기 10억이 뭐꼬? 나는 너그 아빠하고 평생 살았지만 5억만 받으면 나갈라칸다. 그 회장 할매는 50년 살고 50억 받았으이 일년에 일억이네.. 그라믄 나는 30억 받아야 하지만서도 너무 급해서 10억 받을때까정 못 기다린다. 그라고 5억받으면 나는 우예살지도 계산해놨다."

그랬다.

우선 엄마는 거제도에 가서 양지바른곳에 햇볕이 잘 드는 작은 남향받이 아파트 한 채를 전세로 빌릴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구랑 그릇, 전자제품을 소박하게 들이고 소형차 한대를 뽑는데 총 5000만원에서 6000만원(전세값 포함)의 돈을 지출한 뒤, 나머지 돈중 5000만원을 제껴 생활비로 두고 나머지를 금융기관에 3년짜리로 묶어놓고 이자를 불려 다음번 생활비로 쓸 돈을 모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남는 시간을 어디가서 봉사를 하며 평생을 보낼 예정이라 했다.

참 구체적이다...

나는 육아에 시달리느라 자세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나는 부지런히 10억을 모은다... 엄마는 아빠의 월급을 통장째 손에 넣으면서 아빠의 주머니에서 그 돈이 나오기를 기다리지만 나는 내가 모으고 있으니 우리 둘중에 꿈을 현실하는 것은 내쪽이 더 빠를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누구나 다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그냥 먹기에는 너무 커서, 그리고 찢기는 너무 번거로와서 도시락에 넣어준 김치를 고스란히 남겨오는 젖먹이 딸보다 더 잔손이 많이 가는 철없은 남편을 보느라면 내가 제명에 갈려면 어서 10억을 모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먹고 싶어 죽을 것 같은 1400원짜리 초코파이 한 통을 사지 못하고도 버틸수 있게 하는 그 엄청난 힘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내게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니가 시집가던 날, 아빠랑 이혼 안 하고 산 것이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나도 딸아이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면 10억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잠시 잊혀지고, 더럽지만 참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도 30년쯤 지나 내 인생의 전부일 것만 같던 딸아이도 제짝을 만나 나를 떠나고 나도 아들딸 낳고 세상을 사는 많은 30년차 주부들처럼 이꼴저꼴 별 더러븐 꼴을 다 보고 나면.. 나도 내 인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10억을 모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