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콩나물 1000원어치를 샀다 신문지 한장을 깔고 잔뿌리를 다듬는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키워서 시장에 나온 콩나물들은 뽀얗게 살이 올라 통통하며 키도 웃자라 길기도 하다 콩나물 반찬이라야 고작 콩나물국이나 무침 정도인데 이상하게 시장에 나가면 콩나물시루만 봐도 괜히 지갑을 열고 싶어진다 어린시절 집안 대소사가 다가오면 제일 먼저 할머니께서 콩나물을 기를 대두콩을 상위에 펼쳐놓고 고르는 일을 하셨다 그리고는 짚을 태워 시루에 깔고 콩을 얹어 검은 베보자기로 덮어두고 하루 ?p차례씩 맑은물을 길어다 뿌리시곤 했다 할머니방에서 잠을 잤던 내가 꿈결인듯 듣는 소리는 "쫄 쫄 쫄" 시루에서 물 흐르는 소리였다 웬만큼 자라서 대소사에 쓰이는 날 새벽미명속에서 할머니는 언제나 두런 두런 혼잣말을 하시면서 콩나물을 쑥쑥 대소쿠리에 뽑아서 가지런히 놓으셨다 대청마루에 어머님과 마주 앉아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남포불 밝혀놓고 콩나물을 다듬고 계시던 두분의 그림자를 보며 행복감에 젖어 선잠을 다시 청해보던 어린시절 그 시절 콩나물국이며 무침은 꽤나 고소했는데 지금은 갖은 양념으로 정성을 들여도 콩나물맛이 영 신통치가 않다 오늘 사온 콩나물로 뭘 해먹나 손으로 다듬기는 하면서도 벌써 머리속엔 어떤 음식을해보나 고민스러워진다 할머니가 키워낸 콩나물 보다 훨씬 퉁퉁하고 허여 말쑥하게 잘자란 콩나물이건만 맛은 훨씬 뒤 떨어진 이 콩나물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주 사게 되는지 이렇게 후회가 되면서도 나는 또 콩나물시루를 못본척 그냥 지나치지 못하리라p.s: 고향집에 많이 피어있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