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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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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리(?)


BY poodles 2002-09-11

남편의 외도(?)로 글을 세번 올리고 한달동안 무지하게 맘 고생했던 나!
한달 반동안 남편은 룸싸롱을 들락거리면서 날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몇십만원씩 되는 거금을...

남편을 미워도 해보고 속으로 참아도 보고...
그동안의 맘 고생이란 정말 결혼을 후회 할 정도로 날 힘들게 만들었었다.

그저께 밤!
남편은 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근처에서 마시니 걱정하지 말라며 전화까지 했다. 물론 그곳은 내가 아는곳!
금방 오겠다던 남편! 새벽 3시가 되었는데도 소식이 깜깜!
엄청나게 내리는 비에 걱정이 되어 그곳으로 갔다.

왠걸?
남편은 거기 없고 주인없는 차만 덩그라니 혼자 서 있었다.
너무 화도 나고... 차를 세워놓고 고민을 하다가 집으로 왔다.
결국 남편은 나와의 약속을 또 깨뜨렸다.

4시 30분!
전화벨이 울린다. 나야...
술먹으면 오히려 큰소리 치는 남편!
"배고프다 밥좀 줘!"
만취가 되어 들어온 남편 밥을 달라니...
너무 미워서 발을 걸어버렸다.

"쿠당탕!"
넘어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 통쾌하기도 하고...
"밥 없어요. 라면이라도 줄까?"
"좋지!"
라면을 끓이면서 간장에 고추가루에...
그런대도 맛있다고 먹더니 골아떨어져 버린다.
아내는 남편 기다리느라 노심초사 하면서 기다렸건만 허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하나?
돈도 돈이고 솔직히 방황하는 남편을 잡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음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져서 별별 생각을 다 했지만 아직은 나에게 남편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에...

벗어놓은 옷들을 보았다.
하얀색의 티셔츠!
생각을 하다가 난 그 옷에다 내 루즈를 칠해 버렸다.
선명하게...

다음날!
나와 남편은 아무일도 없는듯 출근을 했다.
"오늘도 늦어요?" 가만히 쳐다보더니 "아니! 일찍 올꺼야..."

난 다른날보다 일찍 퇴근을 했다.
저녁 9시쯤 퇴근한다는 소리에 작전개시!
아들녀석을 일찍 재우고... 못마시는 맥주를 1병 벌컥벌컥!
일부러 술냄새 풍기라고 옷에도 약간 뿌렸다.

들어온 남편!
멀그러니 쳐다보면서..."술 마셨니?"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다.
우는 연기엔 모든 여자들이 자신이 있을리...
"어쩌면 그럴수가 있어요!
자기가 그런 룸싸롱 같은데 다니는 것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내 맘은 어땠겠어."
어제는 떳떳하게 나한테 갔다 왔다고 말까지 하면서...
옷엔...

"내가 뭘!"
미안한 맘이 좀 들었지만 난 내 입술이 찍힌 옷을 내밀었다.
"어! 이게 뭐야! 김치국물인가?"

난 대답도 안하고 울기만 했다.
"자기가 힘든것 알아요. 첨부터 그런곳 다닌다는것 알았지만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게 몇번째야...
당신이 먼저 가자고 선동했다면서... 약속을 지켜야지..."
난 그동안 맘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내 뱉어 놓았다.

술도 취하지 않았는데 남편은 아마 내가 술이 취해서 얘기 하는것으로 들은것 같다.
"자기도 힘들지만 보고 있는 난 더 힘들어요. 내가 자기 힘든 부분을 다 채워줄수도 없고... 그런 술집가서 술마시면 그 힘든게 다 잊혀지고 풀어져요? 그렇담 가도 좋아. 그렇게 해서 자기 힘든것 다 잊을수 있다면 가도 된다구. 하지만 나한테 표내진 마!"

남편은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나도 요즘 일 때문에 내 자신이 컨트롤 되지가 않아서 그랬어. 자기도 나 알면서 그러니?
결혼해서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런일도 맘 아프게 하고, 정말 미안하다. 다시는 안갈께. 내가 한번 안한다 그러면 안하는것 알지?
미안해... 미안해..."

결국 남편은 나에게 그날 밤새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남편을 붙잡기 위해선...

남편은 우는 날 꼭 안아 주었다.
이런게 부부인가 보다.
어쩜 남편이 또 다시 그런곳에 갈지 모르지만 지금은 남편을 믿을련다. 내가 믿어야 남편도 날 믿겠지?

힘든일이 있어도 늘 지혜롭게 대처하는 내가 되었음 좋겠다.
그 슬픔 속에 빠져서 허덕거리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파하는 내가 아니라 그 슬픔을 이겨내는 지혜로운 사람이...

남편이 갑자기 물어본다.
"근데, 나 다리랑 팔이 좀 까지고 멍들었던데... 봤니?"
"기억안나? 집에 들어오다가 넘어졌잖아. 앞으론 그렇게 많이 먹지마. 자기 몸도 주체 못해서 넘어지잖아..."

난 맘속으로 너무나 미안했다.
그 상처가 아물기 전까진 아무래도...
늘 똑같은 하루하루 이지만 그 하루를 내가 만들어 가는것 같다.
나의 하루하루를 이젠 슬픔에 잠겨서 만들어 가진 않을련다.
슬픔도 지혜로 바꾸어 나갈련다.
오늘하루도 화이팅을 외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