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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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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메만지고 싶어지는 날에는...


BY 쟈스민 2002-09-10

바흐의 칸타타 156번-아리오소 ...

오프라 하노이의 첼로가 나즈막히 마음을 메만져 준다.

지친 일상에서 조금쯤 비켜서고 싶은 마음에
짙푸른 가루 녹차 한잔 따뜻하게 녹여 조용히 내밀며...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녹녹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가족을 이루고 살아도
남편과 나는 늘 너무도 다른 생활리듬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남들보다는 훨씬 적은 편이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하여 반드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아이들 치닥거리와 살림과 그리고 일을 하며
살아온 듯 싶다.

괜스리 마음 한구석에 황량한 바람이 불것만 같은 이런 가을이면
더더욱 그 쓸쓸함은 커져만 간다.

함께 산 세월만큼 쌓아둔 정이 넘쳐 났으면 하는 바램이
욕심되어 고개를 드는데도
나는 언제나 늘 그자리에 진전없이 서 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
서툰 솜씨로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의 손길을
나도 받고 싶었던 건지 모른다.

늘 손님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늘 바쁘다 하며 살아가는 그가 측은하다가 미워졌다가
나의 감정은 오락가락이다.

해질녘의 어둑 어둑한 시간에 나란히 걸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가슴속에 하나가득 눈물 고여오는 그런 음악 듣고 있어도
함께 나눌수 없는 먼곳에 있을 때가 더 많으니
먼 훗날 추억으로 남을 일도 그만큼 적어지고 있는 것 같아
공연히 심술이 날때도 있다.

그렇게 함께 살아도 나는 늘 혼자인 시간이 많다.

집이라는 의미가 그저 그에게는
지친 어깨 쉬어갈 잠깐동안 들르는 쉼터일 뿐이기에
곤고하게만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나는 종종 새벽잠을 설친다.

열심히 살고 있다면 된것이라는 어른들의 위로의 말 몇마디가
파편이 되어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니라면
10년이라는 세월속에 용해되어진 따로 각자의 시간들을
유지해 올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산다는 말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다.

마음에 입은 상처로 이미 충분하니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으니까 ...

어쩌면 지금의 나는 화려한 감정의 사치로
단한번뿐인 인생의 황금같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뭏튼 감정이 기우는데로 발길 닿는데로 살아보는 자유스러움을
이런 가을날에는
더더욱이 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는 우울의 그늘이 내 얼굴 저편에서
더이상은 거짓이고 싶지 않은 솔직함으로 베어 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즈음은 점점더 거울 보는 일이 두려워진다.

따뜻하고 한 없이 안온한 표정으로 살아가고 싶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얼굴에 깃들어 있는 그늘진 흔적에
혼자 아파하는 시간이 늘어 가는 것이다.

무엇으로든 마음을 메만져야 할 필요를 느낄때가 있다.

가다듬고 쓰다듬어 주면서
스스로를 칭찬도 해 주어야 하고, 채찍질도 함께 주어야만 한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겠지 ...

혼자만의 독백... 대답없는 질문으로 채워진 머리속을
이제는 그만 비워내야 할까보다.

그래도 아직은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 또한 살아야 할 의미가 되고 있을테지 ...

그럴수록 따스한 가슴으로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런 궁리로 다시금 머리속을 채워 보아야 겠지 ...

그늘진 내 얼굴에
헤즐넛 베이지 립스틱으로 가을물을 들인다.

은행잎 빛깔의 새도우로 눈에 따뜻한 표정을 불어 넣어 본다.

괜스레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을 늘이고 있다.

마음을 메만지고 싶어지는 날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