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남자나 여자를 평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격적인 면에서나 사회적인 위치, 외모나 성품 따위.
평가할 기준과 조건은 각양각색이겠으나 보통 평균치의 것이라는 건 반드시 있겠지요.
순진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한 섹시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떨 때 상대를 보고 순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어떤 면을 보고 섹시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떤 고정관념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로 기억합니다만, (초등학교 시절인 것 같아요.) 외국 여배우 모니카 비티를 보고 그 여자의 눈매에 반했던 적이 있습니다.
약간은 권태로운 듯한 나른한 눈매였는데, 그녀의 풍만한 몸매보다 그 눈매가 오래도록 제 기억속에 남아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눈매에 내가 이끌렸던 것도, 그 여자의 커다랗지만 표정을 담지않은 담담함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거의 나체에 가까운 몸매로 유혹적인 눈길을 노골적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제 개인적으로느 권태로운 나른한 느낌이 어딘가 더 섹시해보이던데요.
안소니퀸이 나왔던 영화 [길]에서 젤소미나역을 맡은 배우도 그렇고, 춘희에 나오는 여배우도 그렇고 순진한 듯 한 여자가 제겐 오히려 섹시하게 보여요.
유혹적인 속옷차림 패션으로 한때를 풍미했던 마돈나에게는 섹시함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러움이 먼저 드는데 그건 비단 제가 여자여서 그럴까요?
하지만 그 여자가 동경했고 그렇게도 흉내내고 싶어했다던 마릴린 몬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웬지 '쉬운 여자'같은 이미지가 강렬하지만, 그런 중에도 그 여자는 그 여자만의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비단 먼로워크때문도 아니고, 잠 잘때 샤넬 넘버 5의 향수만을 뿌리고 잔다는 말을 해서도 아닙니다.
마릴린 몬로는 분명히 여자들에게도 독특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에는 추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마다의 개성 차이니까 감정적인 개인 취향에 맡길 따름이지만요.
제 개인적으로는 중국 여배우 임청하를 가장 섹시한 여자로 생각합니다.
뾰족하게 남자처럼 턱이 갈라진 모습도 제겐 아주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여자가 섹시하게 느껴지는 모습은 그 여자가 여자옷이 아닌 남장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입니다.
그 여자가 출연한 몇 편의 무협영화에서는 거의 다 싶을 정도로 그 여자는 남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무술이 능한,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캐릭터를 갖고 출연하지요.
단 하나 예외로 느낀 부분도 있었는데, 백발마녀전이던가, 하는 영화에서는 정통 중국 여인으로 분하여 출연했는데, 그 모습에 전 넋을 잃고 바라봤지요.
상대 배우가 장국영인가 하는 남자였는데 (확실히는 모르겠음) 둘이 벌인 공중정사 장면은 그 여자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그렇지않아도 그 여자에 대해서는 모든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는 데, 여장한 모습으로도 그렇게 완벽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 여자의 남장한 모습에서 전 그 여자의 참 매력을 발견하곤 합니다.
남장을 하긴 했지만 실제는 완벽한 여자라는 것이 제겐 말할 수 없는 신비감을 느끼게 하거든요.
순진한 여자에 대해서는 솔직히 비관적입니다.
말이 좋아 순진한 여자지, 사실 순진하다는 실제의 뜻은 '맹'해 보이다던가, 야무지지 못하다는 다른 뜻이 숨어있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어릴 때는 순진해보인다, 순진한 것 같다 하는 말이 크게 귀에 거슬리지 않았지만, 어른이 된 다음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화가 납니다.
내가 뭘 어쨋다는 거야? 라든지, 내가 그럼 만만해 보이나?
또는 내가 세상 모르는 철없는 소녀쯤으로 보인다는 건가? 싶은 반발감이 드니까요.
여자는 나이에 따라 듣게 되는 말이 점차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맨처음 섹시하다는 뜻을 어렴풋이 알게되었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봤다는 거야? 싶은 당혹감에 수치심까지 가세해서 느껴지는 데 그건 갓 어른이 된 여자에겐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30을 넘고 보니 순진하다는 말에 대해 그런 반응이 나타나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여자는 이런 말을 들어도, 저런 말을 들어도 결국은 매양 같은 감정을 느끼나봅니다.
아니면 제 경우만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순진한 여자도 섹시한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섹시한 여자도 순진한 여자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동일한 여자에게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느낌일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억지로 구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고, 저렇게 하는 것은 섹시한 것이다 라고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야누스의 얼굴처럼 순진한 면과 섹시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표현하는 사랑이 애교를 넘어 교태에 가까와지면 섹시한 이미지가 커지는 것이고, 단지 애교 차원에서도 부족하게 머물면 순진한 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무 남자에게나 섹시한 이미지를 주는 여자는 공통적으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순진한 여자도 마찬가지지요.
특정한 사람에게만 순진하게 보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섹시하다는 것은 그게 가능하지만, 순진하다는 것은 의도적인 계략이 아닌 이상 모두에게 그렇게 보이기가 쉽습니다.
남자들은 흔히 자기 여자를 평할 때 착하고 순진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설령 그 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을 받을 정도로 '헤픈' 이미지를 가진 여자라 할 지라도 그 사람에게 순진하게 보였다면 그 여자는 순진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남들은 모두 순진하게만 보고 있지만, 정작 남자 자신이 섹시하다고 느끼면 그것은 또 그걸로 그만입니다.
자신이 느낀 느낌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인지는 연애를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을 하건 자신이 느낀 그 느낌 때문에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순진한 여자, 섹시한 여자.
그 모호한 구분이란 어떤 기준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번쯤은 자기 자신이 섹시한 이미지인지, 순진한 이미지인지를 진지하게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과연 내 자신이 또 어떤 이미지였으면 좋겠나싶은 부분도 함께 말입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