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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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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 너는 갔지만....


BY 동해바다 2002-09-05

이곳은 삼척.....

수마......
말로만 듣던 수마의 현장에 난 지금 있다....

2002년 8월 31일...
9월을 혹독하게 맞이했다...
고지대를 뺀 온 시내가 물에 잠기던 날....

잠시 발만 헛딛여도 물에 떠내려갈 정도로 물살이 센 진흙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나의 이동은 시작되었다....
정말 사투라는 말은 여기에 딱 알맞는 듯....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미쳐 싸놓지 않은 옷들을 되는대로 어깨에
짊어지고 .....
급하게 사온 쓰레기봉투에 옷을 담아 굵은 빗줄기를 맞으면서
어머님이 살고 계신 3층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통나무....커다란 화분들....침대매트리스....가구들....
아이들에게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우리 4식구는 온몸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움직였다....

팔고있던 옷가지들과...집기류 등을 대충 옮기고는
그외 모든것들을 포기한채 우린 암흑속에서 손을잡고
흙탕물을 헤치면서....
이 천재지변을 원망하면서...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우리집 역시 1층 홀까지 물이 차 오르는 것을 보고.....
쑤시는 몸을 잠시 눕힘과 동시에 눈을 뜨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조용한 사위.....
밖을 내다보니 어느사이 비는 그쳐 있었고....
물은 다 빠져 나가고 진흙만이 황토색으로 온 시내를 감싸고 있었다.

그 날로부터 5일간 공급되지 않은 물때문에 고생을 하면서
지하에서 퍼내는 물로 간신히 가게를 정리하고는
이제..... 오늘 제자리에 온 듯하다.....

난생 처음 겪은 이 크나큰 물난리에
불안과 공포 속에서 지내야 했고....
난생 처음으로 공급되는 생수 한 통에 목숨 걸고
밀쳐 가면서 받아냈던 나.....

그래도 우린 행운아란 생각이 잠시 들었다....
물은 찼었어도.....잃은 것은 몇가지 되지 않았기에.....

어젯밤에 잠시 남편과 시간내어 온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니....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뼈대만 남아 있는 집터...
끊어져버린 다리....
도로의 반이 깎여나가 절벽을 방불케 했던 도로.....

매스컴으로만 봐 오던 그 광경들이 내 눈앞에 이렇게 펼쳐져 있다니.......

많은이들이 이번 수해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은 이 수마를 어떻게 헤치고 나간단 말인가...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급한 생수조차 지원되지 않고 있다 하니...

이제 난 모든게 정리되어 제자리에 있긴 하지만.....
고립되어 집조차도 남아 있지 않은 그들에게 빠른 손길이 미쳤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