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내 앞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 나 오늘 당신에게 고백할것이 있는데..."
" ???? "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게 남편은 다시 말을한다.
" 나 오늘 어떤 여자를 품에 안았었거든 "
" 여자? 웬? "
" 처녀인데 참 아름답더라. "
" 좋았겠네. "
심드렁하니 대답을 하고는 마실물이라도 떠다 주려 일어나는 나를 남편은 손을 잡아 주저 앉힌다.
" 괜찬아? "
고백이라고 하고 내게 말을 할정도라면 별 대수로운일이 아니지 싶어
" 응 뭐가 어때서? "
짧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시선을 남편에게 준다.
남편... 맥이 빠지나 보다.
날 놀려주려고 내가 호독호독 튀는 모습이 보고 싶었겠지만
그깟일로 내가 호독 거릴 사람도 아니고..
무슨일인가 들어는 봐 주는게 남편을 실망시키지 않는일일거 같아
고추세운 자세로 남편앞에 앉는다.
" 말해봐 무슨일인가? 들어줄께 "
" 에이 재미없어 "
" 그래도 그냥 말 해봐 당신이 말하고 싶다는게 당신 얼굴에 씌여 있고만, 뭐얼~"
정말 그랫다.
남편은 무슨 말인가 내게 하고 싶어 하는게 표정으로 보였다.
난 당신의 말을 들을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다는듯
무릎걸음으로 바짝 남편앞으로 닥아서니
살그머니 남편은 나를 조금은 멀게 밀치어 놓는다.
그리고 남편이 여자를 품에 안게된 동기들을 얼굴에 홍조까지 띄운채 내게 말을 한다.
신호대기에 걸려 차를 세우고 있는데 신호등 건너편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고
그 앞으로 몇대의 택시가 잠시 주춤거리다가는 지나가 버리더란다.
한대, 두대...
그때까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몰랐고
신호대기에 풀려 문제의 휠체어 앞으로 가니 손을 번쩍 들더란다.
장애인이구나!
생각하고 차를 세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작은 체구의 여자가 살폿 미소를 띄우더란다.
순간 조금은 난감했다고 한다.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차에 태우는 문제가 망서리게 했다고 한다.
비 장애인같으면 제 발로 제 스스로 올라타겠지만
그 여자분은 하반신 마비.
불끈 가슴에 안아야 하는데
웬지 미안도하고 여자라는 신분때문에 잠시 망서리고 있는데
그 여자분은 괜찬다고 팔을 내 밀더란다.
더는 생각할것도 없이 그녀를 가슴에 안는데
뭉클하니 여자의 젖가슴이 남편의 가슴에 닿더란다.
민망한 마음이 들어
조금이라도 덜 닿게 가슴에서 멀게 안으니 여자분은 남편의 목뒤로 팔을
감아서는 몸을 밀착 시키더라나.
그러며 하는말이
" 이렇게 해야 아저씨가 조금 덜 힘드실거 같아서요. "
그러며 해 맑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그리도 고와 보이더란다.
앞 좌석에 그녀를 앉히고 안전벨트까지 매어주고는
다시 내려 뒷 트렁크를 열고 휠채어를 밀어넣고 운전석으로 오니
그녀는 정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란다.
목적지 까지 가도록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는데
어쩌면 그리도 맑고 밝은지 마치 천사를 보는듯 했다한다.
조금도 구김없는 표정하며 몇대의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고
또 몇대인가는 아예 외면한채 내 달렸어도 단 한마디도 그네들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그 너그러움에 다시한번 여자를 바라보게 되었다고도 하고
장애인이라서 조금은 비관도 할법한데 조금도 그런 내색없이
통통튀는 화술하며 까르륵~깍깍 웃는 웃음소리가 가는 내내 남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고 한다.
목적지에 다 다르고
남편은 사실 조금 망서렸다고 한다.
장애인인데...나는 개인택시인데...
요금을 받지말고 그냥 내려 드려야 하나 하고 말이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을 마음까지 장애인으로 만들거 같아
정당한 권리를 주자면 요금을 받아야겠다고 말이다.
트렁크에서 휠채어 부터 내리고
다시 그녀를 가슴에 보듬고 내려서는 휠채어에 태워주니
예의 그 해 맑은 웃음으로 다시한번 고맙다며 안녕히 가시라고 깍듯이 인사를 하더란다.
" 정말 기분좋은 하루였어. 어쩌면 그리도 맑고 밝은지... 장애인에 대한 내 편견이
잘못 되었다는걸 내 오늘 절실히 깨달았다니까 "
그말을 끝으로 남편은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던 고백을 마친다.
그럼 그렇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다른 여자를 품에 안을수가 있는거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아내인 내게 애기를 할수가 있는 거겠지.
그런식이라면 하루에 열번을 아니, 스무번을 다른 여자를 품에 안는다고 뭔 문제가 될까 싶었다.
아주 소수의 택시를 업으로 하는 분들중에는 장애인들을 태우지 않는다고 한다
기분나쁘다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말이다.
손님을 가리지 않고 특히나 장애인같은 사람들을 친절히 잘 모셔주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그리서... 너무 예뻐 엉뎅이라도 톡톡 두들겨 주고 싶다.
오늘같은 이런 남편의 고백을 아주아주 자주 들을수 있었으면...
덩달아 내 기분까지 좋아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