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동안 몸살기가 있다며
미열을 내는 그이에게
더 자고 나오라며 이불을 끌어 덮어주고
사과 한개를 깎아 우적우적
돌아 다니면서 아침을 해결하고
가방을 챙겨 들고 나오니
거실에 앉으셨던 어머니 대뜸
"밥은 먹고 가능겨?"
"예! 먹고 가요. 병원에 들러서 가려구요."
밥을 먹었건 안 먹었건 무조건 먹었다고 해야
어머님의 마음이 편하실걸 알기에
나는 늘 그렇게 대답한다.
집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어제 몸을 푼 질부.
첫째가 딸이었으니 이번엔 아들을 바랬는데
병원에 도착한지 오분만에 아들을 순산했다는
소식으로 집안이 술렁이고 있다.
큼지막한 꽃바구니가 입원실 입구에
턱 하니 올려 있으면서 배뽀큰 시어머니의
축하 마음을 매달고 있었다.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와 계신 산모의 친정 어머님이
주무시다 깜짝 놀라 일어 나시며 반기시는데
나 편안 시간에 불쑥 들어선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느 작가가"생명"이라 했던말이 생각났다.
우리들은 그냥 목숨이랬지.
질부 옆에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는건
생명 이었다.
어쩐지 목숨이라는 말은 거칠고 오염이 된듯해서
나는 배냇저고리의 소매를 뒤적여 빨간손을 찾아내고는
약간은 창백해진 얼굴을 한 질부를 올려보며
수고 했단 말도 잊은채 그냥 미소만 짓다가
"새 생명 탄생을 축하한다"라고 했다.
볼을 건드리니 입을 오물거린다.
가끔은 하품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다가
웃기도 한다.
나도 언제 아기를 낳아 본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신비스런 일을 나도 겪어 봤었던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다.
두돌을 지나 재잘거림이 한참 예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딸아이는
어미 치맛자락에 어지간히 붙어 다니더니
신기하게도 누나 노릇을 하는건지
엄마 옆엘 오지도 않는다며 물러나 앉은
딸애의 손을 슬쩍 끌어 보는데
아직도 아이는 제손을 슬그머니 빼 버리며
엄마 옆에 누워 있는 아기에게 시선을 준다.
다 키우며 살게 되 있구나 싶었다.
새 생명을 보고 나오는 아침,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길에 지천이다.
태풍으로 길거리에 나 앉은 사람도 많고
잃은 생명이 수십명이나 된다던데,
가슴 아픈건 아픈거고,
여전히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기들,생명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 해도
생명의 탄생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것 같다.
스쿠터를 빗겨 가는 바람도 더 싱그럽고,
오늘 아침 햇살은
내 마음을 아는양 유난스레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