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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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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인


BY 옹달샘 2002-08-27

여름은 그냥 그렇게 갔습니다.
내일이면 비가 안올려나? 하고 내일 또 내일 하다보니까 가을이 성큼 내 앞에 왔습니다.
조금만 더 울고 세상을 마감하고 싶다고 매미는 그야말로 쌍으로 우니 이젠 공해이다 싶습니다.

아침이 오는 소리도 더디어 5시에도 어둡습니다.
아이들의 개학으로 일찍 운동을 마쳐야 하기에 서둘지만 어두워서 나서기가 망설여집니다.
나는 내 혼자 새벽운동길에 나섭니다.
둘이라면 한두시간의 같은 시간속에 남의 이야기를 틀림없이 하게 되니까요.
요즘 박경리작 토지 신판을 애독하고 있습니다.
지금 11권째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지요.
새벽길에서 주인공 최서희를 생각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을 나열해보고 과연 나는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는 사람들중에서 어느 유형의 인물에 속하는지 가늠해 보기도 하지요.

어느 공석이나 사석에서 불숙 뱉은 말이 나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괜히 그말을 했구나 하고 반성도 하지만 다시 주어 담을수도 없으니 난감하여 나는 더욱 땀을 흘리며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요.

동네 뒤의 조그만 등산로는 새벽이면 부지런한 사람들로 오솔길이 복잡하답니다.
성묘철이라 벌초를 한 산소도 있고 나락이 핀 들판은 풍성한 가을을 예감하기도 하지요.
고추밭엔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깻잎을 따다가 잎 뒤에 붉은 점들이 많이 생겨 아 벌써 가을이구나하고 실감하기도 했답니다.

등산로의 끝지점에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지만 깨끗하게 샤워하면 나는 다시 향기로운 여인이 되지요.

아직도 이불속에 있는 우리신랑 여보 내 몸매 죽이지 않아요.
약 올리기도 하며 서둘러 등교와 출근준비로 한바탕 전쟁이 일어나죠.
잠깐 커피한잔을 마련하여 눈팅하다가 ?p자 적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