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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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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


BY shinjak 2002-08-27

그 때가 산천이 두 번은 바뀐 세월이다.

시아버지 칠순 잔치를 사흘이나 판을 벌리던
날이 넓은 마당 한구석 잠실방 앞에 볏냄새
풋풋나는 덕석을 깔고 동네 남정네들은 시어
머니가 키우셔 잡은 돼지순대에 술 한 잔 거
나하게 하고서 고뿌에 탱자나무 윷가락 넣어
온갖 구성진 몸짓으로 던져놀면 누릉이도 좋
아서 꼬리 멍멍 짖어댔지.


추석 때면 숨통막히게 막히는 고속도로를 힘
겹게 달려 성묘를 간다. 얕으막한 산을 돌고돌
아 논길을 비틀비틀 걸어서 올라가면 곱게 벌
초가 된 산소가 반긴다. 시골을 지키시는 쇠
약한 노인의 모습처럼 부모님들이 누워
계시
는 말끔한 잔디가 깔린 산소와 백일홍의 빨간
꽃은 여전히 반긴다 .서울에서 준비해 간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예를 하고 한 마디씩
인사
올리면서 묘를 한 바퀴 돌다가 먼데 하늘을 본
다.바람끝에 실려온 촉촉한 정막이 싣고 온 상
큼한 공기는 여전하나 마음에 가라앉는 무상
한 쓸쓸함이 온몸을 감싸었지.


산을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 옆으로 탱자나무
울타리가 억센 가시를 자랑하며 줄서있다. 그
사이로 노오란 탱자들이 딴딴한 건강을 보이
며 숨어있다.그아래로는 작은 옹달샘같은 우
물이 웅크리고 있고 우물 가로 미나리가 맑은
물속에서 자라고있다.썩둑 한 움큼 뜯어 초무
침을 해 먹고 싶은 충동을 받았었지.올해도 작
년에도 꼭 그 자리에 변함 없었지.


가끔가끔 일상에서도 그 곳이 고향같은 따뜻
함으로 마음에 늘 자리잡고 있었는데, 선산을
정리한다고 아쉽게도 멀리 옮겼다. 이장을 한
뒤 그 곳을 못 가본지 몇 해련가?

그리운 마음이 저 산위의 구름처럼 떠 다닌다.


윷가락을 던지던 남정네들의 고함소리,웃음소
리. 삭정가지를 가마솥 아궁이에 집어넣으며
싱긋 웃는 친척 아지매의 순한 웃음띤 얼굴.시
어머니께서 밤새 만드신 입에서 슬슬 녹는 순
대 맛, 탱자나무 울타리의 노오란 탱자, 길가
에 누운 탱자나무 잎을 밟으면서 들여다 본 그
빈 집.

왜 흉가일까 생각하면서 아무도 살지않는 양
지바른 탱자나무울타리가 그리움으로 가슴에
머문다.